2001년 이후 본격화된 반도체 불황기를 겪으며 사실상 설비투자를 중단해왔던 장비업계가 만 2년만에 투자 재개에 나섰다.
5일 업계에 따르면 2001년 이후 지속된 반도체 불황이 올 하반기 이후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면서 반도체 및 평판디스플레이(FPD)장비업체들이 생산능력을 확대하거나 품질향상을 위해 생산 및 연구개발(R&D) 시설 확충에 속속 착수하고 있다.
에스에프에이(대표 신은선)는 주 고객사인 삼성전자의 액정표시장치(LCD)부문 투자 확대로 대 삼성 매출이 지난해 280억원에서 올해 400억원 가량으로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LCD 및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장비 제조 확대에 필요한 청정실(클린룸) 및 정밀조립공장 확충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42억원을 투자, 8월까지 경기도 화성 동탄면에 공장을 신축할 계획이다.
태화일렉트론(대표 신원호)은 LG필립스LCD와 삼성전자의 LCD 투자 확대에 따른 신규수주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기존 광주공장 인근에 제2공장 설립계획을 마련, 3000평 규모의 부지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 회사는 공장종량제 제한을 피하기 위해 이미 공장설립 허가가 나 있는 부지를 매입한 후 4월께 1000평 규모의 공장 착공에 들어가 9∼10월에 완공할 예정이다.
한국디엔에스(대표 임종현)는 연내에 장비 생산능력을 확충할 목적으로 종전의 천안 업성동 소재 공장 외에 지난해까지 반도체 제조업체에 임대했던 차암동 소재 2000평 규모의 공장을 확보, 올해부터 자체 공장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또 장비의 품질 및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국내 전공정장비업계 최초의 자체 연구 및 테스트 랩(lab)을 차암동 공장에 마련하기로 하는 등 시설 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검사장비업체 테스텍(대표 정영재)은 천안 공장과는 별도로 경기도 분당의 미래산업 소유의 건물을 장기 임차해 사업다각화에 필요한 생산 및 관리공간을 확충했으며, 반도체장비 및 소재업체 에프에스티(대표 장명식)는 경기도 기흥에 15억원을 투자해 클린룸 설비가 갖춰진 공장의 신설에 착수했다.
이밖에 한양이엔지(대표 김형육)는 사업영역을 반도체모듈사업에 이어 모바일단말기용 모듈부문으로 확대하면서 최근 40억원을 투자해 생산시설을 마련하는 등 본격적인 설비투자에 나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계의 대단위 시설 확충 경쟁은 지난 2000년 반도체장비업체 한미를 마지막으로 휴지기에 들어간 이후 처음”이라면서 “올 하반기 경기불황 탈피 전망에 따라 생산능력을 확대하려는 장비 제조업체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