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세계 경제위기 올까](상)위기론의 실체

 바뀌어도 참 많이 바뀌었다. 한때 정치·경제분야에서 중국의 급성장을 두려워하던 세계인들은 한순간에 태도가 표변, 이제는 중국이 망할까 걱정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들은 “중국이 흔들리면 세계가 흔들린다”고 한다. 특히 새해에 접어들면서 전세계 산업계에는 금융위기에서 촉발된 중국경제의 붕괴 우려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중국발 세계 경제위기론’의 실체와 그 위기가 세계 정보기술(IT)업계에 미칠 영향 등을 3회에 나눠 긴급 분석한다. 편집자

 

 중국발 경제위기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생산은 증가하는데 소비는 위축된다. 여기에다 천문학적 규모인 부실채권과 재정적자가 늘면서 금융시스템마저 위협받고 있다.

 외신들은 최근 이러한 상황을 속속 보도하고 있다. 영국 BBC는 “중국에 디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으며 이코노미스트는 “금융·기업·노동 등 여러 분야에서 동시에 위기상황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AP도 “중국경제는 위기를 맞고 있다”고 전하면서 지난 90년대 말 동남아를 휩쓸었던 외환위기가 중국에서 그대로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하나같이 우려하는 것은 중국의 과잉생산이다. 80년대 후반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중국경제는 90년대 들어 연평균 9.6%라는 놀라운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은 2001년 대비 8% 늘었고 올해도 이 정도의 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세계경제의 엔진역할을 해온 미국을 비롯한 유럽, 아시아 각국의 침체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중국은 특히 제조업 부문에서 발군의 모습을 보이며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했다. 전세계에서 출하되는 카메라의 절반이 만리장성 안에서 만들어진다. 에어컨과 TV수상기는 10대 가운데 3대, 냉장고 역시 전체 출하량의 20%는 중국 업체의 손을 거친다. 중국 제조업은 2000년 기준 세계 제조업 총생산액의 5%를 넘어 세계 4위로 떠올랐다. 오는 2005년에는 독일을 제치고 미국과 일본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2015년에는 일본을, 2030년에는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라는 자체 예상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경제는 지난해 말부터 성장피로감을 역력히 드러내고 있는데 이로 말미암아 세계경제가 난국에 빠질 것이라는 게 그 골자다.

 실제 세계는 이미 과잉생산 상태에 접어들었다. 그런데도 중국은 마치 러시아워에 지하철역이 사람들을 토해내듯 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예컨대 TV의 경우 시장수요(수출 포함)는 연간 3000만대이지만 생산량은 4000만대에 달한다. 에어컨도 올해 재고량이 13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업계성장의 근간이었던 소비마저 위축되고 있다. 중국 최대 컴퓨터 제조업체인 롄샹(聯想)은 판매부진으로 올해 판매 목표치를 370만대에서 300만대로 낮췄다.

 경제 전반에서 위험도 가시화되고 있다. GDP의 3%에 이르는 정부의 재정적자가 이미 위험수위에 도달했으며 주택경기 자극안은 거품으로 이어져 은행권에 부담만 커졌다. 중국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금융시스템 붕괴가 이미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다 GDP의 절반을 넘어서는 부실채권,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부정부패 등으로 “중국이 세계 경제위기의 진원지가 되기에 충분한 자격이 있다”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다.  

 20세기 후반 세계인들은 중국이 ‘압축성장’을 계속하면서 아시아의 모든 성장동력을 빨아들일지도 모른다는 ‘위협론’에 시달렸다. 하지만 이제는 중국 내부의 온갖 부실들이 폭발하면서 아시아, 나아가 세계 각국으로 파급될 수 있다는 ‘위기론’으로 서서히 바뀌어 가고 있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