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인기 게임을 그대로 베껴 서비스하는 등 저작권 침해사례가 갈수록 늘어나 업체간 법적 분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아이디어로 승부수를 띄우는 게임개발사들의 창작욕을 꺾어놓아 고도성장을 구가해온 국내 게임업계의 경쟁력이 크게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팅게임 ‘캔디바’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온라인게임업체 네오플(대표 허민)은 5일 게임포털업체 넷마블(대표 방준혁)에 내용증명을 발송, 넷마블이 이달초 자사의 온라인게임 ‘쿵쿵따’를 그대로 베껴 똑같은 이름으로 서비스한 데 대해 서비스를 중지해 줄 것을 요청했다. 네오플은 이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넷마블을 상대로 온라인게임 서비스 금지 가처분 신청에 들어가는 등 법적 대응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일본 게임업체 허드슨이 지난해 게임업체 넥슨(대표 정상원)을 상대로 넥슨의 온라인게임 ‘비엔비’가 자사의 아케이드게임 ‘봄버맨’을 모방했다며 제기한 저작권 시비는 최근 협상쪽으로 가닥이 잡혔으나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해 최악의 경우 국제소송으로 번질 조짐이다.
또 손오공(대표 최신규)과 키드앤키드닷컴(대표 김록윤)이 지난해 9월 PC게임 ‘하얀마음백구’의 원저작권을 놓고 서로 제기한 소송은 아직 법원에 계류중이며 CCR(대표 윤석호)와 소프트닉스(대표 김진호) 사이에 벌어진 온라인게임 ‘포트리스’ 표절논란은 결국 법정소송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이처럼 저작권 분쟁이 끊이지 않는 것은 게임업체 관계자 사이에 저작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이 극히 낮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 저작권 보호를 위한 법적 장치가 여전히 미비한데다 처벌이 ‘솜방망이’에 그치는 것도 이를 부추기고 있다.
법무법인 정세의 김형진 변호사는 “미국의 경우 저작권 위반 사실이 규명될 경우 3배 보상원칙을 적용하고 형사처벌을 강행하는 등 저작권 보호를 위해 강력하게 대응하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대부분 가벼운 벌금형에 처하고 있다”며 “국내 사법당국에 게임 등 디지털 콘텐츠관련 저작권 전문가가 거의 없어 저작권 분쟁이 터지더라도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규명하지 못하는 것도 저작권 위반을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법적 문제를 떠나 저작권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음에 따라 일어나는 가장 큰 문제는 게임 베끼기가 성행해 게임개발사들의 창작욕을 꺾어놓는 것”이라며 “이는 결국 국내 게임산업의 미래와 경쟁력을 갉아먹는 행위인 만큼 게임업체간 윤리강령을 제정하는 등 저작권 보호를 위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