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가 최근 실시한 고속도로 자동요금징수시스템(ETCS) 입찰이 참여 업체의 기술 부족으로 결국 불발에 그쳤다.
6일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1월 중부내륙고속도로 시험도로에서 실시한 ‘하이패스 현장성능시험’ 결과 SKC&C·포스데이타·고속도로정보통신 등 3개 참여업체 모두가 불합격 처리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도공은 조만간 프로젝트를 다시 발주하고 제안서접수와 현장성능 재평가에 들어갈 방침이다.
◇통신기능 모두 함량 미달=이번 현장성능시험에서 3사의 당락을 좌우한 것은 통신기능 평가. 국가표준ITS 통신규격인 능동형DSRC와 오스트리아의 능동형IR기술간 대결구도로 관심을 모았던 통신기능 평가에서는 양진영 모두 도로공사가 요구한 정확도(99%)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이번 하이패스 현장성능시험은 통신·차종분류·위반차량단속 등 세가지 범주에서 총 11개 평가항목이 적용됐으며 세 범주 모두 기준점수를 넘어야 통과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동요금징수시스템과 차량에 장착된 통신단말기(OBE)간 통신성능을 평가하는 이번 시험은 참여업체별로 1500회의 테스트를 실시해 에러 발생 횟수가 15회(1%)를 넘지 않아야 했으나 3사 모두 기준점수(99점)에 미치지 못했다. 차종분류와 위반차량단속에서는 SKC&C컨소시엄 만이 기준점수를 넘어섰으며 포스데이타와 고속도로정보통신은 모두 탈락했다.
◇평가방식의 문제점=능동형IR을 제안했던 SKC&C와 고속도로정보통신, 능동형DSRC 진영을 제안한 포스데이타 모두 현장시험을 통과하지 못함에 따라 일각에서는 도로공사가 제시한 평가방식 기준이나 배점결과의 객관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보통신부도 통신기능과 무관한 제어기능이나 시스템 연결과정(튜닝)의 오류까지 모두 에러율에 포함시킨 데 대해 도공의 잣대가 지나치게 엄격했던 게 아니냐는 의문을 던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에 지적된 문제점을 도공이 수렴해 재평가시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또 능동형DSRC 방식으로 참여한 포스데이타는 자체 집계한 점수와 도공이 발표한 배점결과의 오차가 크다며 이의신청이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해 도로공사 측은 평가에서 제시한 기준이 해외 사례에 비해 엄격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배점결과의 공정성 시비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도공의 김재현 부장은 “배점결과는 언제라도 공개할 용의가 있으며 ITS코리아 등 외부기관과 공동으로 채점, 객관성이나 공정성에 만전을 기했기 때문에 문제의 소지는 없다”고 말했다.
업계 한 전문가는 “다른나라의 자동요금징수시스템 서비스 현황을 비교해보면 우리나라가 요구하는 기술수준이 높은 건 사실”이나 “진정한 ITS구현을 위해서는 운전자의 운전 부주의나 갑작스러운 도로 상황 변화 등 여러 변수를 시험해야 하며 특히 과금과 직결되는 통신정확률은 99%가 적당하다”고 밝혔다.
◇ITS서비스, 차질은 없나=도로공사는 일단 이번 평가 결과가 향후 사업진행에 차질을 주는 일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도로공사 측은 “1차 현장테스트 결과 적격업체가 없어 재입찰이 불가피하지만 정통부가 허가한 수동형DSRC 서비스용 주파수 사용기한인 6월까지는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기 때문에 사업 수행에 무리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단 사업자선정 이후 시스템 구축 및 안정화에만 평균 8개월 정도가 소요돼 이 기간만큼은 현재 서비스 중인 수동형방식에 대해 주파수 사용허가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정통부와 협의할 계획이다. 그러나 도로공사는 이번 평가에서 사업자가 결정되었더라도 시스템 구축을 위해 2개월 가량 기간 연장이 필요해 재입찰로 사업 수행에 차질을 빚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정통부 측도 주파수 사용기간 연장여부는 융통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도로공사 측도 “다음 입찰에서도 정통부가 표준으로 채택한 능동형DSRC와 능동형IR 기술 중 하나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며 기존방식인 수동형DSRC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혀 이번 평가결과로 인한 도로공사와 정통부간 추가적인 표준 논란 시비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