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토피아]모나리자

◆이정민 추계예대 강사·음악평론가 jungminkang@hotmail.com

 △모나리자/도널드 새순 지음/해냄 출판사 펴냄

 

 ‘모나리자.’

 한 편의 초상화에 불과하지만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받으며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의 위치를 누리는 특별한 이름이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유일하게 두 겹 방탄유리로 보호를 받는 모나리자는 올해 탄생 500년을 기념해 자신만의 독방을 갖게 된다. 굳이 외국의 예를 빌리지 않아도 모나리자는 우리나라 가요의 제목으로도 유명하고 모나리자를 패러디한 사진과 그림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모나리자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면서 모나리자에 대한 연구는 미술사가들에 의해 활발히 진행돼왔다. 사람을 끄는 신비하고도 독특한 요인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믿음 아래 모나리자의 화법·자세·표정·배경·주변사항들이 집요하게 추적 혹은 추측돼 왔다. 확실히 모나리자는 당시 혁신적인 방법으로 그려진 그림이었고 모든 면에서 명작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모나리자 외에도 많은 명화들이 존재하며 때로는 그보다 더 사람들의 마음을 동요시키는 미모의 모델을 그린 작품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왜 모나리자가 이토록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는가의 문제는 그야말로 수수께끼가 아닐 수 없다.

 런던대학 비교역사학 교수인 도널드 새순은 이 책에서 모나리자의 명성은 작품이 갖는 내재적 요인들, 즉 작품 본연의 가치보다는 외부적인 요소에 더 기인한다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사실 루브르 박물관에서 모나리자 앞에 장사진을 이룬 인파를 뚫고 마침내 그녀의 얼굴을 감상한 사람들 중에는 왜 그녀가 그리도 유명해졌는지 의아하게 생각한 자도 많았을 것이다. 모나리자는 그려질 당시 훌륭한 작품으로 인정받기는 했어도 그리 주목받지는 못했다. 1750년 프랑스 왕실의 소장품 가운데 뛰어난 작품 110편을 공개할 때만 하더라도 모나리자는 그 안에 없었다.

 모나리자의 명성을 결정적으로 높여준 것은 1909년의 도난 사건이었다. 신문은 연일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과 모나리자의 가치를 설명했고 사람들은 유명인사가 세상을 떠난 듯 애도했다. 이후 모나리자는 정치적으로, 개인적으로 그리고 상업적으로 효과적인 이슈가 됐다. 소설에서, 음악에서 때로는 컵받침에서 우리는 그녀의 미소를 본다. 모나리자에 대한 연구는 결과가 나올 때마다 관심을 불러일으켜 사실은 그녀가 반신불수였다는 추측에서부터 여장을 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자화상이라는 얘기, 나아가서는 여성과 남성이 반반을 이루는 모습이라는 설까지 수많은 연구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대중예술은 그녀의 얼굴을 이용하기 시작했고 정치적으로도 충분한 가치를 행사했다.

 사람들은 세계적인 예술작품을 ‘위대하다’고 한다. 그 작품이 그럴 만한 가치를 충분히 가진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좋은 작품과 그렇지 못한 작품의 분별이란 지극히 개인적일 수밖에 없고, 특히 수백년간 시간의 경로를 거쳐 작품이 독보적인 위치를 점령하는 데에는 작품성 외에도 외적의미가 부여돼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공감을 준다. 특히 객관적 판단의 기준이 모호한 현대예술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그럴지라도 시간의 시험을 견뎌내며 세상에 접근한 이런 작품들 덕에 사람들은 예술을 가까이 느낄 수 있으며 순수예술이 맥을 이어갈 수 있기에 모나리자의 미소는 오늘도 새로운 신화를 창조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