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in The News]제프리 존스 AMCHAM 명예회장

 올해로 설립 50주년이 되는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는 ‘철저하게’ 미국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집단이다. 그러나 이런 AMCHAM의 활동방식이 90년대 후반부터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미국기업이나 관련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는 이들의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뀔 수 없지만 실직자 가족 지원이나 장애인 교육훈련·취업박람회 개최, 봉사·기부활동 등과 같은 ‘친한국적 노력’을 함께 벌이고 있다.

 이런 AMCHAM의 변화에는 98년부터 4년여간 회장직을 맡아온 제프리 존스 현 명예회장(51·김&장법률사무소 소속 국제변호사)의 노력이 적지 않다. AMCHAM 내에서 비경제인으로는 처음으로 회장직을 맡은 사람으로, 우리 정부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미국인이다. 그럼에도 각종 공석에서는 우리말로 연설하고 대화중 ‘우리’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 그는 이런 이유로 ‘반(半) 한국인’으로 불리기도 한다.

 지난 80년 한국에 들어와 올해로 한국에 둥지를 튼 지 23년째 되는 그는 초기에는 외국기업과의 기술제휴 계약건이나 합작사 설립에 관한 건을 많이 다뤘다. 87년 전후에는 외국계 기업의 노사문제 관련 업무를, IMF 외환관리 위기시절에는 금융관련 업무를 집중적으로 맡았다. 최근에는 기업간 인수합병에 관한 업무를 주로 취급하면서 M&A 전문 변호사로 활약하고 있다. 이 정도면 80년대 이후 격변의 한국사회와 함께 해왔다고 할 만하다. 특히 한국 경제사회의 큰 변화를 직접 보고 겪은 제프리 존스에게 IT강국으로 성장하고 있는 한국의 변신은 남다르다.

 “정부 정책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정부가 이렇게까지 나서 벤처를 육성하고 지원하는 사례가 없다는 면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벤처정책과 관련된 ‘쓴소리’를 기대했던 것과 달리 긍정적인 톤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제프리 존스 명예회장의 말은 ‘다만’이라는 말로 이어지는 부분부터 새겨들어야 한다.

 “다만 벤처가 도덕적으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고 봅니다. 2000년 전후로 소위 유명한 벤처들 자문을 많이 해봤지만 대기업의 고질적 병폐인 문어발식 확장을 배우고 있더군요. 본사업에 집중하기보다는 무리한 사업확대에 급급했다는 겁니다. 여기에 코스닥등록을 통해 대박을 터뜨리기 위한 한탕주의도 문제였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윤리의식을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AMCHAM 회장직을 수행하면서 여러 공식석상에서도 강도높게 지적해 회자되기도 한 내용이다.

 ‘1·25 인터넷대란’에 대한 평가도 들어볼 만하다.

 “우리 한국인과 한국사회가 얼마나 ‘착한지’ 당사자들은 잘 모르는 듯합니다. 다른 국가가 우리나라 정도의 초고속정보통신망을 구축하고 있으면 아마 이보다 더한 범죄들이 이미 다량 발생했을 것입니다.” 좀 엉뚱하게 시작된 말은 결국 ‘역설’이다. 우리가 IT 인프라를 이용한 범죄나 사건발생에 대해 너무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프리 존스 명예회장은 이번 사건과 이에 대처하는 정부나 기업들의 모습을 보면서 “‘잠자다가 갑자기 자명종 소리에 놀라 일어난(wakeup call)’ 듯한 인상을 받았다”며 “정부나 기업 모두 이제는 보안문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T는 순기능과 역기증이 존재하는 만큼 어느 하나가 먼저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인프라 고도화에 맞춰 그에 따른 보안장치, 주변 환경도 함께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이 아무리 정보강대국이라도 다른 주변국가의 추격은 위험한 수준이다. 그러나 객관적인 상황에 대한 그의 평가는 좀 낙관적이다.

 “그렇게까지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봅니다. 한국은 이미 IT강국에 도달했다고 평가받을 만합니다. 중국이나 대만 등 경쟁국가가 부상하고 있고 성장도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의 노력도 멈추지 않으니 승산이 있습니다. 특히 이제는 소프트웨어를 비롯한 콘텐츠 생산에 대한 관심과 고도의 IT인프라를 바탕으로 이익창출을 할 수 있는 비즈니스모델 발굴에 더욱 주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후발주자들의 추격을 피하기 위해선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바이오분야의 예를 들겠습니다. 미국국립보건연수원에 근무하는 한국인 박사가 250명 정도 됩니다. 절대 적은 숫자가 아니죠. 그러나 이 사람들은 한국에 들어와서 일하는 것을 꺼립니다. 이유는 바이오분야에서 국내 제약회사보다는 외국환경이 좋기 때문이죠. 이 또한 기업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기업들이 신약을 적극 개발하기에는 의료보험상의 문제나 제도상의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IT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기업들은 이익 측면에서 동기부여가 있어야 움직이는 만큼 그런 동기를 부여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우리가 IT강국이 되기 위해 우리나라의 고급인력이 이 나라로 들어올 수 있는 환경마련, 동기유발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반 한국인’ 제프리 존스는 한때 떠 신정부 입각설에 올랐다. “제안을 받으면 어떻게 할거냐”는 질문에 크게 손을 내저으며 웃는다. 제프리 존스 명예회장은 “제안할 것으로 생각하지도 않지만 만일 제안을 받더라도 어려운 선택 아니겠냐”고 반문한다.

 내자동에 위치한 법률사무소에서 만난 제프리 존스 명예회장은 “다소 소홀했던 변호사 업무에 충실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AMCHAM의 명예회장직을 비롯해 산하 ‘미래를 위한 동반자 재단’과 대북사업위원회 회장직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제프리 존스 명예회장의 ‘한국 파고들기’는 현재진행형인 셈이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약력

 △1952년 미국 아이다호주 보이시 출생 △75년 미국 브리검영 대학 졸업 △78년 동 대학 법과대학원 졸업, 변호사 자격 취득 △78∼79년 시카고 베이커&매킨지 법률회사 소속 일본지사 근무 △79∼80년 동 회사 시카고 본사 근무 △80년 김&장법률사무소 국제변호사 활동 시작 △98년 8월 주한미상공회의소 회장 취임 △2000년 ‘나는 한국이 두렵다’ 출간 △99년 2월 이인숙씨(30)와 결혼, 슬하 아들 1명(재민, 미국명 제이미 리)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