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센트리노 파격적 마케팅 논란

 인텔이 3월 새로운 모바일 플랫폼 ‘센트리노’의 출시를 앞두고 이를 채택하는 PC업체들에 대해 광고비의 최대 85%까지 되돌려주는 파격적인 마케팅을 추진, 논란이 일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최근 저전력 노트북용 CPU인 ‘배니아스’와 관련 칩세트, 그리고 무선랜칩인 ‘칼렉시코’ 등 모바일 제품군을 묶은 ‘센트리노’라는 새로운 브랜드의 론칭을 준비하면서 이를 패키지 형태로 구매하는 고객사에 특별 마케팅 비용을 제공하겠다는 방침을 확정, PC업체에 전달했다.

 인텔이 제시한 내용은 인텔의 로고·홍보문구 등 광고조건을 충족시키는 PC업체들에 대해서는 광고비의 최대 85%까지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기존에 고객사에 대해 구매비용의 최고 20%를 시장개발자금(MDF) 명목으로 지원해왔다.

 이는 인텔이 마케팅 강화 차원에서 고객사들에 대해 광고비의 65%까지 보전해주는 기존 정책을 20% 포인트 정도 늘려잡은 것이다. 결국 여기에 통상적으로 대량구매시 제시하던 5∼10%의 기존 리베이트 자금까지 포함하면 구매금액의 상당부분을 되돌려주는 셈이다.

 이에 대해 PC업체들은 인텔의 이번 정책이 위축된 국내 PC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환영하는 분위기다.

 PC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와 같이 위축된 PC시황에 비춰볼 때 인텔측의 제안은 PC시장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에 맞춰 이미 새로운 마케팅 전략 수립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러나, AMD·아기어·인터실·텍사스인스트루먼츠(TI) 등 CPU 및 무선랜칩 업체들은 인텔의 이같은 방침이 각종 칩을 끼워팔기 위한 불공정 행위라며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즉, CPU시장의 독점적 지배력을 내세워 무선랜 등 타 분야에 진출하기 위한 편법이라는 것이다.

 국내 무선랜 칩을 공급하고 있는 반도체업체의 한 관계자는 “인텔이 아직 검증도 받지 않은 새 제품을 조기에 론칭하기 위해 CPU와 끼어팔기를 시도하는 것 같다”면서 “품질력에 자신이 있다면 공정한 마케팅 정책을 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텔코리아측은 “2년 동안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PC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모바일’(mobility) ‘무선’(wireless) 등 새로운 키워드에 PC업계가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며 “센트리노는 바로 이같은 컨셉트에 최적화된 제품이어서 과감한 마케팅 전략을 도입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인텔은 고객사에 대해 MDF나 광고비를 지원하는 마케팅 전략으로 큰 성공을 거뒀으나 현재 다른 경쟁업체들 중 이같은 마케팅을 공식적으로 구사하는 업체는 거의 없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