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의 늑장행정으로 의원용 전자의무기록(EMR) 업체들이 기존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손도 대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복지부가 건강보험재정 절감을 위해 내과·진단방사선과·소아과 등 의원별로 운영돼온 ‘가·나·다’ 차등진찰료제를 3월 1일부터 ‘나’군으로 통합·적용키로 했으나 정작 세부 시행조항을 담은 확정고시 발표일이 늦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비트컴퓨터·유비케어 등 주요 EMR업체들은 이번에 새롭게 바뀐 ‘통합진찰료제’ 세부내용에 맞춰 기존 소프트웨어들을 수정·변경해야 하지만 사후행동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변경내용을 프로그램에 적용해서 테스트를 거친 후 CD로 제작, 의원에 발송한 후 업그레이드된 소프트웨어가 안정적으로 설치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통상 고시의 변경사항을 소프트웨어에 반영하기 위해선 최소 한달 정도의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복지부가 서둘러 차등진료제에 대한 확정고시를 발표한다 해도 전체 개원의 중 절반 이상인 1만6000여곳의 EMR 및 보험청구 소프트웨어를 3월 1일 시행일시에 맞춰 변경하기가 물리적으로 힘들다는 지적이다.
특히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가 제때 이뤄지지 않을 경우 모든 의원들은 의무기록과 건강보험청구를 이중으로 해야 하는 등 진료과정에 혼란이 발생, 개원의들의 불만이 EMR업체로 쏠릴 것으로 우려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복지부의 늑장고시는 관행처럼 되풀이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피해는 결국 의원에 돌아가는 만큼 복지부가 확정고시를 발표하는 시점에 있어 유예기간을 충분히 고려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복지부 보험급여과 김소윤 사무관은 “해결해야 할 업무가 많이 밀려있는 데다 결제일도 차일피일 미뤄졌기 때문”이라며 “11일경 확정고시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