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업계의 설비투자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한장의 유리기판에서 한꺼번에 여러장의 패널을 제조, 라인당 패널 생산능력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이른바 PDP의 ‘다면취’(多面取)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에 따라 차세대 초대형 디지털TV 시장을 놓고 경쟁구도를 형성하기 시작한 PDP와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업계의 영역다툼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NEC를 필두로 마쓰시타·후지쯔히타치플라즈마(FHP) 등 일본의 주요 PDP업체들을 중심으로 1장의 유리기판에서 2∼3장의 패널을 동시에 제조, 2배 이상의 생산성 확대 효과를 내는 다면취(일명 다매도리) 기술 도입 바람이 불고 있다. 업계는 그동안 한장의 유리기판에서 단 한장의 패널만을 제조해왔다.
NEC의 경우 60인치대 기판을 사용해 42인치 패널 2장을 동시에 생산하는 다면취 라인을 도입, 이미 대량생산체제로 전환한 상태다. 이에 따라 파이어니어를 제외한 대다수의 일본 PDP업체들이 신규라인 구축과정에서 다면취 기술 적용을 본격화하는 추세다.
일본은 특히 대형 평판디스플레이(FPD)의 주류로 부상한 TFT LCD 부문에서 한국과 대만에 밀린 것을 PDP로 만회하기 위해서는 LCD에 비해 약세인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고 보고, 1장의 기판에서 50인치 패널을 2장 생산하거나 1장의 기판에서 각각 42인치 3장, 50인치 2장을 생산하는 다양한 다면취 라인 도입을 추진중이다.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수요가 폭발, 올해를 손익분기점(BEP) 돌파의 원년으로 잡고 있는 삼성SDI·LG전자 등 국내업체들도 2단계 설비투자를 앞두고 다면취 기술 적용을 통한 투자대비 생산능력 극대화 방안을 추진중이다.
특히 삼성전자·LG필립스LCD 등 LCD업체들이 50인치급까지 개발하며 PDP를 빠르게 추격하자 원가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다면취 기술 도입에 매우 적극적이다.
오리온PDP 김준동 사장은 “LCD업계가 1m가 넘는 초대형 기판에서 40인치 이상의 TV용 대형 패널을 2∼3장씩 제조하는 5세대 시대로 진입, PDP업체들의 위기감이 높다”면서 “다면취 기술은 PDP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PDP와 LCD는 여러면에서 장단점이 뚜렷해 어느 기술이 차세대 디지털TV용 FPD 플랫폼으로 우위에 오를지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LCD의 제조기술이 급진전되고 있고 PDP와의 가격차도 좁혀지는 등 강세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PDP 진영도 다면취 기술을 통해 생산성을 극대화, 기존의 가격경쟁력을 더욱 높인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