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기업의 선두주자는 나.’
지난해 4분기 한국HP가 국내에서 PC사업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LGIBM을 제쳤다. 아시아 지역에서 HP가 IBM에 PC판매 순위가 뒤진 곳은 그동안 한국이 유일했다는 점에서 한국HP는 오랜 숙원을 달성한 셈이 됐다.
이 기세를 이어 가려는 한국HP와 재역전을 장담하는 LGIBM 간의 자존심 싸움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IDC가 최근 공개한 지난해 4분기 국내 PC 예비 시장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HP(대표 최준근)는 총 7만2000여대의 PC를 판매, 7만1000여대에 그친 LGIBM을 추월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HP에 합병되기 이전 컴팩코리아가 지난 2001년 1분기부터 노트북PC 제품에서는 LGIBM을 추월하기 시작했지만 전체 수량으로 한국HP가 LGIBM을 초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전체 수량으로는 27만여대를 판매한 LGIBM이 26만여대에 그친 한국HP를 앞섰다.
한국HP의 PC사업 부문인 PSG사업을 총괄하는 이홍구 전무는 “지난 4분기에 대리점 재고를 축소하는 등 보수적으로 운영했음에도 결과적으로 LGIBM을 앞지른 것으로 파악돼 기분이 좋은 것은 사실”이라며 “예전에도 그랬듯이 적정 마진과 인프라에 맞는 시장확대 전략을 고수, 시장점유율 싸움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HP측은 노트북PC에서 LGIBM을 앞서간 이후 한번도 역전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올해 실적도 낙관하고 있다.
LGIBM은 이러한 결과가 나오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전사적으로 올해 1분기에는 재역전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LGIBM의 박시범 마케팅 이사는 “통합 HP의 출범으로 한국HP가 지난해 4분기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무언의 압력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히 4분기에 HP가 홈쇼핑 매출을 드라이브한 것이 LGIBM을 앞지른 원인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LGIBM은 1분기 x노트 판매 본격화와 새로운 씽크패드 시리즈인 R40시리즈, 그리고 슬림 데스크톱PC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파격적인 아카데미 행사 및 프로모션 행사를 진행하는 등 어느해보다도 시장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특히 x노트 판매가 예상보다도 호조를 보이면서 지난달 노트북PC 판매량이 8000대, 이달에는 LGIBM 역사상 처음으로 노트북PC에서만 월 1만대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주력 기종인 x노트와 R40을 모두 LG전자가 생산하면서 물류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이에 따라 1분기에 노트북PC 부문에서의 2년 만의 역전도 가능하고 전체적으로도 상당한 격차로 한국HP를 제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국내 PC시장의 혼전이 거듭되면서 LGIBM과 HP의 자존심 싸움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2002년 양사 PC 분기별 판매량 (단위:대)
구분 1분기 2분기 3분기 4분기 계
LGIBM 74,000 64,000 61,000 71,000 270,000
한국HP 70,000 60,000 57,000 72,000 259,000
자료:한국I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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