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보기술(IT)의 발달로 가상현실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감각디바이스(haptic device)’가 미래 핵심기술 중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
감각디바이스란 컴퓨터가 가상공간에서 창조한 힘과 촉감을 인간에게 그대로 전달함으로써 현실감을 느끼게 하는 휴먼머신인터페이스(HMI)의 핵심 부품 또는 기술을 뜻한다. 즉 인간과 기계(시스템)간에 중량·단단함 등 촉감을 전달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예컨대 수술용 시뮬레이터의 경우 환자가 가상공간에 있고 집도하는 전문의는 모니터 또는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를 통해 가상의 환부를 보면서 수술장에서 가상실습을 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수술도구에 해당되는 감각디바이스는 환부의 질감, 즉 부드러움과 딱딱함 그리고 꾀맬 때 봉합사의 미세한 팽팽함 등을 손끝에 전달해 전문의는 마치 실제로 수술하는 것과 동일한 느낌을 받는 효과를 얻게 된다.
또한 물체의 질감을 저장하는 표준 감각디바이스 라이브러리가 구축되면 인터넷 쇼핑몰에서 소비자가 상품을 구입하기 전에 이 기술을 이용, 현실세계에서 물체를 만지는 것과 유사한 촉감을 원격지에서도 느낄 수 있는 등 탁월한 현실감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감각디바이스는 21세기형 차세대 기술로서 의료·오락·교육·스포츠·전자상거래·우주·해양 등 다양한 산업군으로 폭넓게 사용될 수 있을 뿐더러 IT인프라 발전에 힘입어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을 내포한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감각디바이스 핵심기술엔 가상의 물체를 모델링하고 질감을 생성해내는 렌더링(rendering)기술, 가상의 물체를 다시 시각화해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시각화 기술(visualization), 인지기능을 구현하는 지능형 제어 알고리듬 설계기술 등이 있다.
이 기술은 현재 미국 센서블테크놀로지의 ‘팬텀(PHANToM)’, 이멀전의 ‘복강경 펄스엔진(Lapaloscopic)’, 버추얼테크놀로지의 ‘사이버포스(Cyber force)’ 등이 상용화돼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게임용인 낚시 분야의 감각디바이스가 개발됐다.
그러나 감각디바이스 기술이 다양한 분야에서 실용화되기 위해선 보다 완성도 높은 기술이 요구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에 따라 선진국을 비롯해 국내 연구기관에선 원격 미세수술, 원격조정 로봇, 미술 스케치 훈련 등과 함께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엔터테인먼트 분야로 영역을 넓혀 나가는 등 차기 애플리케이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핵심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전자부품연구원 정중기 수석연구원은 “감각디바이스는 인간이 현실감을 느끼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시키고 기계조작의 편이성을 높이는 핵심기술”이라며 “윈도가 컴퓨터의 OS를 장악하듯이 감각디바이스도 HMI의 핵심장치로 부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