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상춘 재일본조선인과학기술협회 콤퓨터전문위원회 위원장 lee@kyoto.email.ne.jp
지난해 남측의 대통령 선거는 일본에서도 많은 관심 속에 치러졌다. 개인적으로는 노무현씨가 당선돼 앞으로 남북교류사업에 더 큰 기대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새 정부는 남북문제에서 현정권의 햇볕정책을 계승할 방침을 표명하고 있다. 필자는 IT분야에서도 노무현 당선자가 그 공약을 잘 지켜서 김대중 정부가 이뤄놓은 업적들을 더 크게 발전시키리라 기대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가 남북문제에서 해놓은 업적은 참으로 크다고 할 수 있다.
먼저 6·15 남북공동성명은 남북의 수뇌가 상봉해 통일을 위한 위업에 모든 민족이 나설 수 있게 했으며, 남북경협도 이를 계기로 가속도가 붙었다. 또 현대가 진행한 금강산 관광사업이며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연결사업, 금강산 도로연결사업 같은 역사적인 사업은 7500만 민족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었다.
IT분야에서도 새로운 수많은 경협이 시작됐다. 중국 단둥의 하나프로그람쎈터·조선컴퓨터쎈터와 삼성전자의 경협 등은 너무도 유명한 것이며, 또 이미 전부터 지속적으로 하는 아이엠알아이와의 경협사업은 우수모델로 평가되고 있다.
필자는 김대중 정부가 이룩한 남북교류협력사업에서 북측의 노력을 또한 잘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측의 젊은 기술자들이 단둥의 하나프로그람쎈터에서 남측의 기술자들과 공동개발사업을 하고 있으며, 또 북측에서 많은 사람이 단둥으로 나와 남측 사람의 강의를 듣는 모습은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다.
626기술봉사소에서는 중국 선양에 젊은 기사들을 보내 e메일봉사사업(실리은행)을 하는데 이것도 역시 과거 북측의 정보·통신제도 아래서는 생각할 수 없던 일이다.
지난해 10월에는 도쿄에서 열린 재일본조선과학기술협회(총련과협)의 학술보고회에 남북의 여러 기관 대표가 참가했다. 이 자리에는 북측에서 다섯 명의 대표가 일행으로 와서 대회에 참가했으며, 남측 대표들과 간담상조해 기탄없이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다. 이것은 북측에서 얼마나 남북교류사업을 중요시하는가를 보여준 사례다.
필자는 지난 88년부터 2002년까지 거의 해마다 평양을 방문해왔으며 그 기간에 북측의 IT사업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일본과 북측은 전화로 항상 연락할 수 있고 팩스도 보낼 수 있다. 그러나 과거에는 e메일은커녕 국제전화를 이용한 모뎀통신을 하려다가 북측에서 허가를 받지 못해 실패한 적이 있으며, 총련과협의 학술보고회가 벌써 42회째인데도 북측에서 대표가 참가해본 적이 없다.
북측의 이런 변화는 6·15 이후 남북교류에 대한 지향성과 정보화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북측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IT를 중시했으며, 특히 2000년도에 들어 정보화의 방침을 명백히 하고 정보산업 발전을 국가 중심과제의 하나로 정했다. 그렇기 때문에 남북교류·경협의 여러 분야 중에서 IT분야가 더 빨리 추진되는 것이다. 노무현 당선자의 새로운 남북IT협력정책수립에서 이런 사정을 잘 고려해주기를 바라는 바다.
선거 이후 필자는 홈페이지 등에서 노무현 당선자의 공약에 대해 많이 공부했는데 정보통신 일등국가를 지향한 4대 비전과 10대 공약, 그리고 그 속에 담겨진 남북IT활성화 추진 내용에 대해 많은 기대를 갖게 됐다.
공약 가운데서도 남북통일에 대비하는 정보화사업의 공동추진, 남북IT 산업공단 조성, 정보화를 통한 민간·산업 교류 등에 관한 공약은 그 실현에 크게 기대가 된다.
노무현 당선자의 이런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맨 처음으로 해야 할 중요한 사업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남북과 해외에 있는 모든 IT전문가가 함께 참가하는 포럼의 개최일 것이다.
노무현 당선자의 공약은 매우 좋은 공약이고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남북IT협력사업에서 그 공약을 성공리에 실행하자면 개별적 이해관계를 넘어선 남북과 해외 지식인·연구자·기업가의 교류와 의견을 집대성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것을 실현할 방도가 바로 남북의 모든 IT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