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반도체 업체들 세무조사에 `촉각 곤두`

 다국적 반도체업체들이 최근 세무 당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그 결과와 배경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0일 관련 당국 및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최근 국내 일부 다국적 반도체기업들의 탈루 혐의를 포착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세무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사는 반도체업종에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외국기업 중 한국내 매출이 수천억원대에 이르는 반도체업체들을 주 대상으로 한 것으로 알려져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실제로 그동안 다국적 반도체업체 상당수가 직접적인 판매행위를 하지 않고 홍콩·싱가포르 등지의 AP본부나 협력 대리점이 매출을 잡는 형태로 회계장부를 정리해왔으며 판매액의 10%도 안되는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AP본부와 세금을 나눠 내는 방식을 채택해 편법적인 회계처리가 많을 것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아직 조사결과가 나오지 않았으며 나오더라도 큰 탈세 혐의가 없는 한 공식 발표는 없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잘못이 있다면 해당 기업별로 추징금을 부과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다국적 반도체업체 관계자들은 “국제법상 2중 과세를 피하도록 하는 방법상의 절차만 복잡할 뿐, 큰 문제는 없다”는 반응이다.

 유럽계 반도체업체의 한 관계자는 “한달여 동안 조사를 받았고 아직 그 결과를 통보받지 못했다”면서 “정부가 제시하는 원칙이 불명확하고 과세절차와 기준이 복잡해 어려움을 겪어왔으나 그 모든것은 투명하게 처리해왔다고 본다”고 말했다.  

 미국 반도체업체의 한 관계자도 “이번 외국기업에 대한 국세청의 조사는 정기적인 성격이 짙다”면서 “비용처리 등에 관한 서류 제출 요구 등 사소한 지적은 있었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번 세무조사가 단순히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수시조사와 주요 감시대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반도체 유통업체의 한 관계자는 “외국계 반도체업체 지사들이 한국에서 발생한 이익을 AP본부와 분배하면서 세금이 적은 지역으로 이익을 돌리는 일이 있을 수 있다”면서 “정부가 좀 더 명확한 회계기준을 마련해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