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업자가 올해 투자하기로 한 7조원 가량의 투자금액은 지난해에 비해 다소 늘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계획’이라는 점에서 투자위축에 대한 통신업계의 우려감이 팽배하다.
통신전문가들은 “올해 3세대 이동통신과 유무선 통합서비스, 초고속인터넷(VDSL) 등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는 투자계획이 제대로 지켜지지 못할 것”이라며 “현재 대부분의 유무선 통신사업자들이 보수적인 투자계획을 수립했거나 수립할 예정이어서 투자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지적했다.
실제로 KT는 지난해 3조100억원의 투자를 하기로 결정했으나 2조1450억원을 투자한데 머물렀다. 지난해 계획한 3조100억원의 투자계획도 지난 2001년의 3조6000억원에 비해 5900억원이나 줄어든 것인데, 결과적으로 이마저도 지키지 못했다. 하나로통신도 당초 지난해 4562억원을 투자하기로 했으나 736억원이 줄어든 3826억원의 투자에 그쳤다. 하나로통신은 지난 2001년 8391억원을 투자했다.
이같은 규모는 망과 같은 설비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성격의 것은 아니지만 투자규모의 대폭 축소가 IT산업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통신사업자의 투자위축 움직임은 특히 KT그룹측에서 두드러진다. KT가 올해 투자하기로 발표한 2조3000억원의 경우도 실은 최대 투자치다. 경우에 따라서는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KT 관계자는 이와 관련, “지난해 투자계획의 경우 최저가 입찰제 운용으로 인한 절감액 4500억원 가량 등을 감안하면 크게 줄어든 게 아니다”며 “설비투자의 특성이나 주주의 입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KT측의 이같은 설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지난해 KT측은 투자계획 차질에 대한 업계의 우려에 대해 “예정대로 3조100억원의 투자를 연내 집행할 계획”이라고 몇차례씩 밝혔었다.
KT 자회사인 KTF는 올해 WCDMA 부문에 225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같은 규모는 경쟁사인 SK텔레콤의 절반 수준이다.
파워콤을 인수한 데이콤 역시 신규투자 여력이 별로 없다. 전용선 부문을 SK글로벌에 매각한 두루넷도 신규투자할 상황이 아니다. 이동통신 부문의 LG텔레콤 역시 그룹의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아 사실상 올해 세운 투자계획을 확대하기는 무리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나서서라도 특히 3세대 이동통신, 유무선 통합서비스, 초고속인터넷 등 신규서비스와 기존서비스의 개선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정책적 배려와 적극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