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판 국토안보부’가 이르면 연내 출범할 전망이다.
유럽연합(EU)의 에리키 리카넨 정보사회담당 집행위원은 유럽 각국의 사이버보안 정책을 총괄하는 전담기관의 설립을 주장하고 나섰다.
리카넨은 “지난 2001년 9·11 미국 테러사태 이후 물리적 보안과 함께 사이버보안이 세계 각국의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며 “미국의 국토안보부와 같은 기관이 유럽에도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에서도 미국과 유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면서 “특히 EU내 10개 가운데 9개의 기업체들과 개인의 40%가 인터넷에 연결돼 있는 상황에서 네트워크나 정보시스템의 다운은 커다란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리카넨에 따르면 사이버보안 전담기관은 인터넷 등 네트워크의 보안을 증진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관련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는 업무를 맡게 된다. 또 EU내 각국 정부에 대해 사이버 보안 대비책을 조언할 것으로 할 것으로 알려졌다.
리카넨은 전담기관이 EU 국가들사이에서 발생하는 이견을 조율하는 역할도 담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담기관 설립에 참여하고 있는 EU의 관계자는 “9개월 정도 EU 정부들과 전문가들사이에서 논의된 후 최종안이 마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카넨의 이같은 주장은 유럽에서 인터넷 등 네트워크 보안 마인드가 향상되고 있어 이르면 연내 현실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럽의 업계 관계자들도 전력·상수도·화학공장·에너지 분야 등의 컴퓨터 네트워크 시스템이 공격당할 경우 피해는 일반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벨기에의 인터넷 보안업체 유비젠의 바트 반세브넌트 부사장은 “유럽 각국의 인터넷보안 투자는 미국에 비해 훨씬 뒤떨어져있는 상황”이라며 사이버보안 전담기관의 설립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기관의 예산은 5년에 2430만유로(2620만달러)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편 9·11테러 이후 보안에 주력하고 있는 미국은 자국의 핵심시설에 대한 사이버공격 및 물리적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다음달 국토보안부를 출범시킬 예정이며 해킹 등 사이버범죄에 대해 종신형까지 구형할 수 있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