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산업의 위기가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삼성전자·SK텔레콤 등 정보기술(IT)분야 블루칩의 주가회복 전망도 현재로선 매우 불투명하다는 게 증권가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매년 1분기가 전통적으로 IT산업의 비수기인 데다 내수위축, D램 반도체 가격 하락, 세계 IT경기회복 지연 등이 지속되고 있어 핵심 IT주의 주가회복은 상당 기간 불가능할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수출관련주의 선봉장인 삼성전자 주가의 급락과 함께 대표적인 내수 관련주이자 경기 방어주인 통신주의 동반급락도 국내 증시의 위기론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달말 터진 ‘SK텔레콤 쇼크’ 이후 KT·KTF 등이 줄줄이 하락하면서 통신주가 증시 안전판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이필호 신흥증권 리서치팀장은 “지난해말 많은 분석가가 올 1분기가 최악의 상황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는 했지만 이처럼 처참하게 무너질지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며 “다소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는 환율이나 유가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위기 상황이 더욱 증폭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기다 현재의 환율과 유가 등이 올해 1분기 실적에 반영될 경우 IT기업들의 실적저조 현상은 도미노처럼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추세라면 1분기 저점을 통과한 후 2분기 소폭 회복, 3분기 이후 성장세 진입이라는 IT경기 회복 시나리오도 늦춰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김장열 굿모닝신한증권 수석 연구원은 “한국 증시 간판주인 삼성전자의 반도체 수출이 2월 이후 일시적으로 회복될 수 있지만 지난 2001년 4분기에 나타났던 D램 사업 적자 상황 재현도 현재로선 배제할 수 없다”며 “삼성전자의 악화는 증시 전체의 동반급락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대형 IT주들의 동반급락이 진행되면서 산업특성상 후위 부대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통신장비, 반도체장비 및 재료업종에 대한 긍정적 의견도 한풀 꺾였다. 대형 통신사업자의 투자규모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통신장비 업종이나 삼성전자의 시설투자에 사활을 걸다시피하고 있는 반도체장비 및 재료업종 모두 선행사업자의 호황없이 성장성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