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7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 있을 영국 팝스타 클리프 리처드의 내한공연에 대해 기성세대들은 추억의 무대라는 의미에서 마음이 설레는 반면 젊은 세대들은 워낙 시차가 큰 탓에 거리가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영화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에 삽입된 ‘Early in the morning’으로 그의 이름을 알게 됐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올드 팝’에 대한 잠깐의 관심일 뿐이었다.
69년에 있었던 클리프 리처드의 공연은 훗날 80년의 레이프 가렛의 공연과 1992년의 뉴 키즈 온 더 블록의 공연과 함께 여학생들의 히스테리를 자극한 3대 내한공연으로 꼽힌다. 당시 그의 공연을 앞두고 김포공항에는 여학생들이 피켓을 들고 환영을 나갔고, 공연이 있었던 날에 완고한 아버지는 관람을 막기 위해 딸에게 금족령을 내리는 등의 일화가 속출했으니 한국에서 그의 인기가 얼마나 하늘을 찔렀는지 실감할 수 있다. 급기야 공연장에서는 흥분한 여학생들이 속옷을 벗어 무대에 던지는 사건이 발생해 경천동지의 충격파를 몰고 오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 세대에게는 이 모든 에피소드들이 저 옛날의 얘기에 불과하다. 40년생으로 환갑을 넘긴 그를 ‘한물 간 가수’로 여기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클리프 리처드는 결코 과거의 명성과 복고 붐에 기대어 투어를 다니며 돈을 버는 왕년의 스타가 아니다. 그는 지금도 영국 음악시장에서 맹위를 떨치는 ‘펄펄 살아있는 전설’이다.
올드 팬들은 60년대 히트곡들인 ‘Young ones’ ‘Congratulations’ ‘Evergreen tree’를, 그 다음 세대는 ‘Devil woman’ ‘We don’t talk anymore’ ‘Carrie’를 기억하고 이후는 그와 멀어져갔겠지만 이후에도 그는 줄기차게 히트곡을 내놓았다. 일례로 99년에는 신곡 ‘Can’t keep this feeling in’으로 영국차트 톱10에 올랐으며 새 천년을 맞아서는 ‘Millenium prayer’라는 곡으로 차트 정상은 물론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클리프 리처드의 내한공연은 단지 올드 팬들에게 추억을 제공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그의 존재는 ‘왜 한국의 노장 가수들은 그와는 달리 인기차트나 시장에서 홀대되는가’하는 경각심을 부른다. 우리 가수 가운데 아무리 전에 떵떵거렸어도 클리프 리처드 정도의 나이가 돼서 히트곡을 내는 사람은 없다. 한때 스타였으나 지금은 40대가 된 가수들도 신보를 내기가 어려운데, 하물며 60대는 말할 것도 없다.
클리프 리처드를 통해 우리는 우리 가요계가 얼마나 ‘짧은 유행 절기’에 오염되었는가를 알아야 한다. 그를 교훈으로 삼아 청년·장년·노년 뮤지션이 고루 팬층을 소유하는 ‘황금분할’ 구도를 만들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10대와 20대 초반 가수들만이 판치고 독점하는 곳에서는 음악의 참맛이라는 ‘관록의 향기’를 잃는 것은 물론이요, 가요계의 아킬레스건이라는 다양성의 부재를 해결할 길이 없다.
우리도 클리프 리처드를 세대관통의 스타로 만들어준 영국 국민처럼 늙어도 그의 음악을 듣고 대우해주는 풍토를 마련해야 한다. 여기서 기성세대의 분발이 요구된다. 그래야 젊은 사람들이 그것을 따른다.
임진모(http://www.iz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