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해진 기량으로 거듭난 첼리스트

 세계 음악계가 인정한 이 시대의 진정한 첼리스트 신예로 장한나와 다니엘 리를 꼽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장한나는 94년 제5회 로스트로포비치 첼로 국제 콩쿠르에서 심사위원 전원일치 대상과 현대음악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당시 나이 11세. 세계 첼로계에 신동이 출현했음을 알린 것이다. 너무 어린 나이의 소녀에게 큰 상을 준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심사위원장이던 로스트로포비치는 ‘천재는 천재를 알아본다’는 말로 논란을 일축시켰다는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이후 장한나는 석장의 앨범을 내며 에코 클래식 음반상, 그라모폰 에디터스 초이스 등 정평있는 상으로 세계 음악계를 대표하는 차세대의 음악 아이콘이 되어가고 있다.

 다니엘 리 역시 로스트로포비치의 인정을 받은 첼리스트의 거장으로 통한다.

 열두살에 차이코프스키의 로코코 변주곡을 연주하는 것을 본 로스트로포비치는 “나는 열다섯살이 되어서야 저 정도 경지의 연주를 할 수 있었다”면서 그를 제자로 받아들였다. 평소 제자를 받지 않기로 유명했던 만큼, 이는 이례적인 것이었다.

 94년 14살이 되던 해, 런던 데뷔 무대를 본 클래식 전문 레이블 ‘데카’의 매니저는 그의 재능에 반해 다니엘 리와 전속계약을 맺었다. 정경화 이후 한국인으로는 두번째다. 공개연주는 가급적 삼가며 음악적인 성숙도를 다지던 다니엘 리는 지난해 세계적인 권위의 에이버리 피셔상을 수상하면서 성인 연주자의 길로 들어섰다.

 음악적 코드에서도 유사한 이들이 비슷한 시기에 음반을 냈다. 이전보다 한층 성숙하고 깊어졌다.

 장한나가 내놓은 앨범은 사후 50주기를 맞은 프로코피예프의 교향곡 협주곡. ‘신포니아 콘체르탄테’와 ‘첼로 소나타’ 등이 수록돼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오페라 무대에서 각광받는 젊은 거장 안토니오 파파노의 지휘와 반주, 런던 심포니와의 환상적인 협연은 이 곡이 가진 다양성과 색채감, 유희적인 면을 유감없이 전달하고 있다.

 특히 전작 ‘Swan(유명 첼로 소품집)’에서 보여주었던 거침없는 보잉과 정제된 감정표현이 평단의 호평을 얻었으나, 이 앨범은 곡의 본질을 꿰뚫는 음악적 성찰이 돋보인다는 평이다.

 다니엘 리는 4년만에 두번째 앨범을 들고 나왔다. 브람스의 첼로 소나타 두곡을 담아서. 장인의 깊이와 섬세함이 느껴진다.

 특히 다니엘 리는 음반 출시를 기념해 오는 2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국내 순회 리사이틀을 계획하고 있다. 멘델스존의 소나타와 베토벤의 소나타 3번, 2집에 수록된 브람스의 소나타 1번 등을 선보일 계획이다.

 세계 음악계에 한국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는 신예. 신동의 이미지를 벗고 진정한 거장으로 성장하는 첼리스트의 가능성을 만날 수 있는 앨범들이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