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관생산라인(FAB:팹) 구축비용을 절감하고 팹 가동에 따른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이 소자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신장비에 비해 값은 절반 이하로 저렴하면서도 최단 시일 안에 양산 공정 투입이 가능한 중고장비의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대만의 중국내 반도체 공장 설립 허용 이후 200㎜ 이하의 팹을 중심으로 대중국 투자규모가 커지는데다 중국의 각 성들이 지역내 팹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 중국이 중고장비의 대형 수요처로 급부하고 있다.
회사 설립 초기부터 반도체장비 개조·개선사업을 추진해온 실리콘테크(대표 우상엽)는 최근 홍콩의 과봉그룹이 중국에 설립한 테크힐세미컨덕터와 향후 1년간 중고장비를 주축으로 150㎜ 웨이퍼 팹을 신설하는 1억3000만달러 규모의 팹 구축계약을 맺었다.
이번 공급은 특히 전체 공급장비 중 중고장비의 비중이 70∼80% 가량에 달한다는 점에서 국내 중고장비 수출로는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실리콘테크는 올해 연간매출이 지난해 매출의 3배 이상으로 확대되는 한편 중고장비 매출이 종전의 신장비 매출을 큰폭으로 상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7월 반도체 중고장비 판매사업에 신규진출한 성도이엔지(대표 서인수)는 지난 하반기에만 60억원 가량의 중고장비 관련 매출을 올렸다. 이 회사는 중국에 팹을 지으려는 대만업체를 대상으로 진행중인 중고장비 공급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는데다 종전의 신장비 및 유틸리티 사업 확대와 더불어 노후장비 기능개선사업인 리퍼비싱(refurbishing)사업을 본격할 수 있는 중국 상하이 공장을 오는 3월 완공할 예정이어서 올해 관련 매출은 최대 두배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넥소(대표 문종)도 지난해 중고장비 판매와 관련해 130억원 가량의 매출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에는 매출규모가 300억원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회사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만과 일본의 소자업체가 주 고객이었으나 올들어 중국과 상가포르 소자업체들 대상의 수출상담이 크게 늘었고 중국 소자업체와 진행중인 1000만달러 이상의 150㎜ 팹 장비 수출상담이 성사단계에 있어 매출목표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중국에서 추진중인 신규 팹들이 설비투자비용 감축을 위해 대부분 중고장비로 채워지고 있다”며 “반도체 불황기를 맞아 미국·일본 등의 기존 소자업체들이 노후 팹 가동을 중단하면서 중고장비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 반면 중화권 지역 소자업체 대상의 판로가 확대돼 중고장비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고 말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