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저녁. 어느 식당에서 지인들과 ‘2002년 월드컵에 우리문화를 알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로 시작된 토론으로 뛰어든 ‘채채퐁김치퐁’이 어느새 종영과 해외 진출을 위한 또 다른 시작을 앞두고 있다.
아직까지 TV시리즈 장편을 제작해본 국내 애니메이션업체는 10개가 약간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 시리즈 26편을 제작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30억원 정도다. 콘텐츠가 중요하다고 모두들 외치는데, 실제로 수익을 확보하는데는 어려운 현실. 세계시장에 팔겠다고 하는데 생각보다 높은 해외시장 진입장벽 등은 젊은 애니메이션 창작기업들이 처음부터 갖고 시작해야 하는 어려움이다.
이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필자의 경험은 무엇보다도 ‘콘텐츠’, 즉 ‘재미있는 스토리’다.
콘텐츠의 컨셉트가 좋으면 스토리를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 작가를 찾을 수 있고 캐릭터가 만들어진다. 여기서 세계시장을 목표로 한다면 국내시장을 만족시켜야 하고 동시에 세계시장을 만족시켜야 하는 부담을 갖게 된다. 이는 작가 선정에서 캐릭터 디자이너 선정에 반영돼야 한다. 또한 여기서 시장의 트렌드와 타이밍은 매우 중요하다.
‘채채퐁김치퐁’의 경우 외국인이 한국하면 생각나는 문화상품 1위인 김치를 소재로 선택했다. 또한 미국을 포함한 외국에서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채소와 과일먹기 캠페인이 펼쳐지고 있고 아울러 포켓몬, 디지몬, 몬스터잉크 등 몬스터류의 작품이 인기를 끌어서 선택하게 됐다.
지금까지의 단계는 주관적인데, 이 다음으로는 객관적으로 바뀐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바로 검증이다.
스토리와 캐릭터가 만들어지면 남들에게도 재미있는 스토리인지, 좋아하는 캐릭터인지를 방송국, 정부기관 등에서 실시되는 경쟁에 참여해야 한다. 우리는 여기서 무료로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두번째 과정을 통과하려면 5분이라는 짧은 시간내에 심사위원들에게 확실한 내용을 전달해야 한다. 좋은 내용의 작품들이 이것에 실패해서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채채퐁김치퐁의 경우 KBS 애니메이션 공모전을 비롯해 대한민국애니메이션대상공모전 컨텐츠진흥원장상, 소프트웨어진흥원 현지화사업 공모전에 선정되는 영예를 누리며 검증을 거쳤다.
다음으로는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 스토리와 캐릭터가 검증을 받았는데 ‘만드는 당신은 누구십니까’라는 질문이 생기게 된다. 국내의 경우에는 둘째의 경우에 해당되기도 한다. 특히, 경험과 돈이 부족한 대부분의 젊은 도전자들에게는 넘기 어렵다. 제작하려는 프로젝트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부분을 먼저 찾아야 한다. 그러면 능력 있는 부분만을 설명해도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머지는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 성공하고 나면 많은 이들이 먼저 찾게 될 것이다.
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단추는 사람에서 시작되고 사람에서 끝난다. 실력있는 사람을 모아야 하고 그들을 잘 관리해야 한다. 내 것을 다시 바닥에서 시작하는 것보다 경험을 토대로 차별화하는데 더 많은 시간과 정열을 쏟아야 한다.
<김영준 주주뱅크 대표 yjkim@jujuba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