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인프라 무너진다

집적시설 사업권 반납·입주기업 이탈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벤처기업 집접 시설 축소 추이

벤처인프라가 무너지고 있다.

 벤처창업의 산실이었던 창업보육센터와 집적시설, 벤처육성촉진지구가 사업반납과 입주기업들의 이탈로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또 지난해 사상 최악의 투자실적을 기록했던 벤처캐피털들의 투자도 되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창업에 필요한 돈도, 장소도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벤처창업 열기가 식으면서 창업기반이 붕괴되고 이는 다시 창업조건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보여 결국 벤처생태계 붕괴를 가져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2일 중기청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 153개에 이르던 벤처기업집적시설은 올해 1월말 현재 134개로 19개소가 줄었다. 특히 서울은 한때 141개에 달했던 집적시설물이 지난 1월에는 74개로 절반이 줄었으며 인천 역시 작년 8개소에서 올 1월에는 4개소로 절반으로 축소됐다.

 울산·전남은 그나마 1개씩 있던 벤처기업집적시설마저 지정 취소됐다. 광역단체 중 단 하나의 집적시설을 갖지 못한 곳도 경남·전북 2개 지역에서 4개 지역으로 늘었다.

 집적시설이 급감한 서울지역은 시설 집적화를 통해 벤처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추진된 벤처육성촉진지구 사업마저 부진하다. 지난 2001년 3월 서울시가 벤처육성촉진지구로 지정했던 홍릉·영등포·성동 등 3개 지구는 재원마련 실패로 사업추진이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중 영등포 벤처촉진지구의 경우 그동안 단 2개의 벤처집적시설을 유치하는 데 그쳤으며 올해는 사업추진을 위한 예산을 한푼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이외에도 정부지원·민간운영 창업보육센터 가운데 한양여대 창업보육센터와 KTB인큐베이팅 등은 최근 시설을 폐쇄하거나 보육시설 운영을 포기했다.

 이처럼 벤처창업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것은 보육시설의 축소뿐만이 아니다. 창업자들의 유일한 자금줄인 벤처캐피털들과 엔젤로부터의 종잣돈도 끊긴 지 오래다.

 지난 2000년 2조75억원을 투자했던 벤처캐피털들은 2001년 8893억원으로 투자를 줄인 데 이어 지난해에는 5652억원을 투자하는 데 그쳤다. 이들은 올해 투자규모를 9253억원으로 잡고 있지만 실제 투자액은 지난해를 넘어서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중기청이 잠정 집계한 엔젤 투자규모도 2000년 571억원에서 2001년 123억원으로 크게 줄었고 지난해에는 34억원으로 근근이 명맥만 유지했다. 올해라고 크게 달라질 게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벤처요건 강화에 따른 기업수 감소와 함께 집적시설의 무리한 지정, 운영모델 부재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벤처들의 창업공간이 줄어들고 있다”며 “투자위축과 집적기반 약화가 장기화될 경우 벤처생태계 자체의 붕괴로 연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장기적인 벤처산업 육성에 대한 새정부 차원의 비전제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박근태기자 runr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