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방문을 해 본 후 SGI가 갖고 있는 저력을 확인했습니다. 국내 사정이 좋지 않은 것도 사실이지만 이럴수록 한번 해 볼만하지 않습니까.”
IT 분야 30년 베테랑 심풍식 사장(55)이 SGI코리아 ‘조직 정상화’에 긴급 투입됐다. 지난해 말 SGI코리아 신임사장으로 선임되며 ‘위기에 처한 SGI코리아 호’의 선장을 맡게 된 것.
SGI코리아도 한때는 연간 매출 1000억원에 달하던 시절이 있었다. 구 ‘실리콘그래픽스코리아’란 이름으로 국내에서 지사가 운영되던 96년의 상황이다. 현재 매출이 200억∼300억원 수준이니 위기라 할 만하다. 사명을 바꾼 후 사업을 일반 서버영업으로 확대했지만 치열한 경쟁환경에서 이 전략이 성공하지 못했고, 오히려 SGI의 텃밭이던 고성능 그래픽 워크스테이션 시장까지 경쟁사에 내주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같은 상황을 반전시키겠다고 선뜻 나설 적임자가 없었을 법도 하다. 심 사장의 이번 선택에 대해 주변에서 ‘승부사답다’고 평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연세대 기상학과를 졸업한 이후 정부전자계산소 프로그래머로 IT 업계에 첫발을 내딘 심 사장의 경력은 30년 가깝다. 89년에서 94년까지 한국썬 영업이사로 활동하면서 한국썬의 매출 성장에 큰 기여를 했으며, 그 후 쓰리콤 한국지사장으로 활동하며 3년 사이에 매출을 7배 이상 올리는 개가를 올렸다. 이후 BEA시스템스 한국지사장까지 심 사장 본인의 말처럼 SI를 제외하곤 ‘겪을 건 다 겪어본 셈’이다.
심 사장은 “무엇보다 조직 결속 등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한다. 본사 역시 심 사장에게 당장의 매출급증보다는 조직정상화를 핵심 임무로 부여했다. 마케팅·영업·기술 분야의 매니저급 임원 영입을 마무리했으며 3월부터는 조직의 면모를 보여줄 계획이다.
영업적으로는 ‘주력시장 집중’이라는 본사 방침이 이미 세워진 터고, SGI가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특화시장을 중심으로 ‘하이엔드 분야의 비주얼라이제이션 시스템’이 주로 요구되는 국방·제조·과학·미디어·공공 등 4개 시장이 타깃이다.
“제안서를 받아보자는 주문에도 제대로 응하지 못할 정도로 조직이 와해됐으니 그 이상을 기대하는 건 무리”라고 말하는 심 사장은 매출에 대해서는 오히려 여유를 보인다.
“경쟁업체들과 확연히 차별되는 SGI만의 기술력을 국내 고객들에게 다시 보여줄 때가 됐다”는 각오를 다지는 심 사장. 55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또 다시 나선 새출발을 주목할 만하다.
<글=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