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컴퓨터에 대한 정부의 투자와 지원제도 등이 크게 미흡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수퍼컴퓨터센터협의회(회장 김영기 서울대 수퍼컴퓨터센터장, 이하 수퍼컴협의회)가 13일 전북대학교에서 개최한 ‘2003년 협의회 협력방안 논의를 위한 워크샵’에서 참석자들은 슈퍼컴퓨터에 대한 정부의 예산지원이 미흡할 뿐 아니라 지원제도도 선진국 수준에 크게 못미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에 따라 이들은 정부가 대폭적인 예산확대와 함께 슈퍼컴퓨터 산업을 장기적으로 육성할 청사진을 마련해줄 것을 요구했다.
◇국가 그리드 구축 추진=이날 모임에 참석한 KISTI·기상청·서울대·포항공대 등 10개 수퍼컴퓨터센터 관계자들은 현재 단위 센터별로 운영되는 슈퍼컴퓨터를 그리드로 묶는 프로젝트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같은 과학기술 선진국들은 이미 서너개의 수퍼컴퓨터센터협의체가 연계해 단일 기관의 슈퍼컴퓨터의 자원을 넘어서는 그리드 컴퓨팅 환경에서 슈퍼컴퓨터 자원을 활용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우리나라도 이같은 인프라 구축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수퍼컴협의회는 10개 기관의 컴퓨팅 파워를 그리드 환경으로 묶는 프로젝트를 추진했으나 예산확보에 실패했음을 들어 이 부문에 대한 정부의 예산배정을 요청했다.
◇장기적인 육성정책 수립=미국과 같은 선진국의 제도를 벤치마킹해 한국의 실정에 맞는 장기적인 제도정비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예컨대 지난 91년 슈퍼컴퓨터 관련 법을 제정하고 슈퍼컴퓨터센터를 가동하고 있는 미국은 2001년부터 슈퍼컴퓨터센터 및 정부 출연연구소를 중심으로 슈퍼컴퓨터의 자원을 한 데 묶는 e사이언스 관련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영국 통상산업부(DTI)에서도 ‘UK e사이언스 프로그램’을, 일본은 CSTP(Council for Science and Technology Policy)와 산업기술총합연구소(AIST)를 중심으로 문부과학성의 ‘과학기술기본계획’ 추진에 ‘슈퍼SINET’나 가상연구환경 ITBL(IT-기반 laboratory)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
이에 따라 미국의 슈퍼컴퓨터 및 고성능컴퓨터 투자관련 법처럼 법이나 제도에 근거해 보다 장기적이고 근원적인 관점에서 슈퍼컴퓨터를 지원하는 선진국형 ‘e사이언스’ 제도를 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지보수비 배정=일정 기간을 두고 대형 시스템으로 교체하는 슈퍼컴퓨터 투자방식을 컴퓨터 성능발전을 고려해 연 단위를 기준으로 매년 업그레이드하는 지속적인 투자방식으로 전환해야 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또한 슈퍼컴퓨터 도입 이후 안정적인 유지보수 및 운영을 가능토록 하기 위해 운영예산을 별도로 책정하는 등 슈퍼컴퓨터 지원 및 운영방식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제도의 개선이 절실하다는 견해다.
한 참석자는 “슈퍼컴퓨터 성능이 앞서 있는 일본이나 미국의 경우 프로젝트 기반으로 매년 슈퍼컴퓨터의 성능을 꾸준히 향상시키는 예산을 지원하고 있는데 비해 우리는 4, 5년 주기를 두고 시스템을 일회성으로 교체하고 있어 슈퍼컴 선진국과의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