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화 `도청 안전지대`

 전화 도감청이 사회문제로 비화되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전화(VoIP)는 도청에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다.

 기존 유선(PSTN)전화의 경우 전화선이나 교환기의 단자, 빌딩 내 통신실이나 관할 전화국에 접속해 도청이 쉬웠다. 통화 자체가 전자기 신호로 이뤄지므로 전화선에 접속만 하면 충분히 도청 가능하다.

 무선전화도 도청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이 통설이다. 우선 암호화되지 않은 신호가 이동하는 유선통신망에서 도청될 수 있다. 또 무선구간의 암호화된 디지털신호에 대한 도감청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반면 일반 데이터와 함께 인터넷망을 통해 이동하는 VoIP의 도감청은 이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도청대상 통화(데이터)가 공중망을 통하므로 경로를 찾는 것이 불가능하다. 건물 내 게이트웨이를 통해 길목을 잡는다고 해도 일반 데이터와 뒤섞인 VoIP 데이터를 찾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해당 인터넷 프로토콜(IP)로 전송된 데이터를 모두 획득한 뒤 이 중 VoIP 데이터를 찾아내 분석하는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도청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더구나 유동IP를 이용할 경우 통화시마다 달라지는 IP를 찾아 데이터를 획득해야 하는 곤란함이 있다.

 애니유저넷 이관석 상무는 “해당 IP로 전송되는 수많은 데이터 중 VoIP 데이터만 분리해낸 뒤 이를 분석하는 장기간의 작업을 거쳐야만 도청이 가능할 것”이라며 “프로토콜 압축기술에 암호화까지 더해지면 도청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인터넷전화업체로 도청을 막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큰사람컴퓨터 이영상 사장은 “노조가 경영진의 전화를 도청한다는 한 회사에서 인터넷전화 설치를 요구해온 적이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업체는 군에서 보안문제로 인터넷전화 구축을 의뢰해온 적이 있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통화가 폭주해 전화가 불통인 상황에서도 인터넷전화는 안정적으로 구현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승화 아주대 정보통신대학원 교수는 “트래픽 엔지니어링이 적용돼 통화폭주시 불통되는 일반전화와 달리 인터넷전화는 통화가 가능하다”며 “지난 9·11테러 때도 인터넷전화는 안정적으로 운용됐으며 도메인네임서버(DNS)가 다운되는 인터넷 사고시에도 네트워크 자체가 다운되지 않는 한 인터넷전화는 연결된다”고 말했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