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가격 급락 불구 감산가능성 희박

현물가격과 고정거래가격의 동반 폭락에도 불구하고 D램 제조업체들이 감산에 나설 가능성은 매우 희박한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아시아현물시장에서 주요 D램의 시세가 D램 업체의 제조원가 이하로 급락한 데 이어 대형 브랜드PC 제조업체에 공급되는 고정거래 제품의 가격도 크게 하락, 제조원가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수급조절을 위한 D램 업계의 감산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시장주력 제품인 더블데이터레이트(DDR) 256Mb(32M×8 266㎒) SD램의 아시아현물가격은 12일 3.25% 하락한데 이어 13일 오전장에서도 전일대비 1.40%가 추가로 하락한 3.40∼3.80달러(평균가 3.52달러)를 기록, 사상 최저치를 재경신했다.

 이는 D램 업체들의 제조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또 DDR 128Mb(16M×8 266㎒) SD램은 12일에 2.56%가 하락, 1.80∼2.20달러(평균가 1.90달러)에 거래된 후 13일 오전장에서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평균가 기준 2달러벽이 힘없이 무너진 터라 향후 추가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북미시장의 D램 현물가격은 DDR 256Mb 제품의 경우 4.00∼5.25달러(전일대비 3.75% 하락), DDR 128Mb는 2.10∼2.35달러(4.30% 하락)로 아시아현물시장에 비해 높게 형성돼 있지만 최근 들어 이들 제품의 일간 하락폭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안도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1월은 비수기 진입단계에 불과해 D램 가격이 추가로 하락할 수 있고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위험 증대로 IT경기불황이 장기화할 수 있어 시장 분위기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일반적으로 D램 가격이 원가 미만으로 추락하고 이같은 현상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판매가 늘어날수록 적자도 커지는 현상을 방지하고 공급량 조절에 따른 가격상승 효과를 유발하기 위해 감산을 결심하게 된다.

 지난 2001년 하반기에도 같은 상황이 전개되자 도시바를 시작으로 NEC, 후지쯔, 하이닉스반도체,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이 잇따라 감산에 나서자 아시아현물시장에서 93센트까지 하락했던 128Mb SD램은 불과 1주일 만에 2달러 수준까지 급등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느 누구도 먼저 감산의 칼을 뽑겠다는 의지를 밝히지 않고 있다.

 2년 전과는 시장 상황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인식 때문이다.

 우선 가장 큰 이유는 예고돼 있는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이 서둘러 마무리될 경우 IT경기 및 D램시장이 급속도로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경쟁관계에 있는 주요 D램 업체들이 300㎜ 팹 신설 및 추가적인 공정미세 작업을 추진하며 장기적으로 생산량 증대와 함께 원가절감을 실현하겠다고 선언하는 상황에서 자사가 감산에 들어갈 경우 자칫 시장지배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판단도 감산을 결정하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절대 다수의 반도체업체가 감산에 동참하지 않으면 실질적인 감산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분석도 한 몫 하고 있다. 삼성전자, 마이크론, 하이닉스, 인피니온 등 빅4가 SD램 시장을 주도하던 2년 전에는 메이저 업체의 감산 결정으로 야기되는 시장회복 속도는 기대 이상의 수준이었지만 DDR가 시장 주력제품으로 부상한 현재 상황에서는 빅4는 물론 대만의 군소업체들로 시장지배력이 분산돼 있기 때문이다.

 D램 제조업계의 한 관계자는 “향후 1년내에 시장이 회복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면 감산을 검토해볼 수 있겠지만 현재의 시장상황은 감산을 결정하거나 실행에 들어갈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된다”며 “지금의 상황이 1분기 내내 이어지더라도 대부분의 D램 업체들은 신규투자를 다소 미루는 수준에서 대응할 뿐 감산을 결정하는 등의 처방을 내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