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산업부·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정보통신부가 지난 1·25 인터넷 대란에 대한 원인규명 결과를 18일로 연기했다. 당초 이 발표는 14일로 예정돼 있었다. 정통부 관계자는 “상세한 원인규명, 검증과 대책수립에 시간이 더 필요해서 불가피하게 발표를 연기한다”고 말했다.
18일로 예정된 정통부의 발표는 전국적인 인터넷 마비라는 사상 초유의 사건에 대한 책임소재를 가릴 수 있는 시금석이다. 따라서 통신업체나 마이크로소프트 등 이해 당사자와 인터넷업계는 물론 일반 국민들의 시선이 정통부의 발표에 쏠릴 것은 자명하다.
이러한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정통부는 적지 않은 부담을 안고 있다. 정통부 관계자는 “원인분석 결과에 따라 책임소재 규명과 그 다음에 이어질 손해배상 문제가 결부돼 있기 때문에 발표내용 정리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정통부는 통신업체 및 보안업체의 전문가와 함께 지난 8, 9일 이틀간 장시간에 걸쳐 원인분석 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전문가는 “참가 주체의 이해관계에 따라 원인분석에 대한 시각이 달라 의견조율이 어려웠다”며 “지금으로서는 정확한 원인규명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18일 정통부가 ‘이번 인터넷 대란은 불가항력적인 사건’으로 결론날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정통부가 내놓을 결과가 특정인에게 불리할 경우 자칫 차기 정부 이후로 문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장관 교체가 거의 확실한 정통부가 위험을 감수하면서 정확한 원인 규명을 내놓을 리 없다”는 비관적인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정통부의 발표가 이러한 예상대로 이뤄질 경우 알맹이가 빠진 발표에 대항하는 네티즌의 반발이 우려된다. 이미 집단소송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시민단체의 행보도 빨라질 것이다.
인터넷 대란의 재발은 보안시스템의 확충으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정확한 원인 분석과 이에 대한 책임규명이 있을 때 비로소 경각심을 갖게 되고 이는 일상적인 보안의식의 고취로 이어진다. 우리가 자랑스러운 역사적 사건뿐 아니라 부끄러운 역사적 사건을 배워야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18일에 있을 정통부의 발표에 진실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