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피` 내우외환

정부 플랫폼 달라 실효성 논란

국내 독자 무선인터넷 플랫폼 표준인 위피(WIPI)에 대한 미국 정부의 통상압력과 업계의 지재권 압박이 거세져 비상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선마이크로시스템스는 최근 위피가 자사의 모바일 표준인 ‘MIDP’ 라이선스를 침해했다고 보고 본사 차원에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관계자는 “얼마 전 본사 관계자가 한국을 방문해 위피의 저작권 문제를 거론했으며 본사 차원에서 위피가 MIDP 라이선스를 침해했는지 조사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미국 선마이크로시스템스는 조만간 위피에 대한 공식입장을 정리하고 한국측에 전달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선마이크로시스템스가 지재권 침해를 조사하고 간 것은 사실이나 일단 라이선스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미 무역대표부(USTR)를 내세운 퀄컴의 압박도 거세다. USTR는 한국 정부가 위피를 의무화하면 세계무역기구(WTO)의 무역상 기술장벽 협정에 언급한 기술적 규제에 해당한다면서 지난해말 정통부에 위피 개발을 포기하라는 압력을 가해왔다.

 정통부는 위피 의무화 여부가 확정된 게 아니며 미국 USTR와 협의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정통부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관계자로 구성된 협상단은 현재 미국을 방문해 USTR측과 위피를 포함한 표준에 대해 논의중이다.

 정통부 관계자는 “이번 협상은 WTO 통신서비스 개방협상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사안이어서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압력이 거센 가운데 국내에선 업계와 정부가 각각 다른 플랫폼으로 가는 것의 실효성과 시장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처럼 나라 안팎에서 압박이 고조되고 있으나 정통부는 수출 품목으로 육성하려는 위피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방침 아래 표준 의무화를 배제하면서 동시에 미국 선과 제휴를 추진하는 쪽으로 대책을 강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국내 독자 표준으로 세계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당초 취지에서 한걸음 물러난 것으로 논란을 빚을 전망이다.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

 김인진기자 ij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