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모의가족을 만들어요.’
학업 때문에 가족을 떠나 자취나 하숙을 해야 하는 학생들이 최근 사이버상에 모의가족을 형성하며 외로움을 달래고 있다.
‘사이버팸(Cyber Fam)’이라 불리는 이 문화는 친한 친구나 선후배 등과 ‘선배’ 같은 딱딱한 단어보다 가족·친지의 호칭을 사용해 친근하게 지내자는 의도로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대학생들이 사이버상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오프라인의 ‘모의가족’ 문화는 자연스럽게 사이버팸으로 확산되고 있다.
사이버팸은 온라인 가족 커뮤니티나 가상결혼 등 다양한 형태로 운영된다.
학생들은 오프라인 동아리나 학과 선후배 사이에 모의가족을 형성해 그들만이 사이버가족 커뮤니티를 만들고 고민 등을 스스럼없이 토로한다.
학생들은 주변 친구들 외에 인터넷 채팅 사이트에서 만나 친분을 쌓다가 사이버팸을 만드는 경우도 종종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에서 가상결혼을 통해 사이버부부가 되거나 커뮤니티 사이트의 ‘e커플’ 서비스를 이용해 가상동거생활을 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커뮤니티 속에서 아빠·여보·할아버지 등의 호칭을 사용하며 심지어 아이디에 같은 성을 표기해 사용하기도 한다.
사이버팸을 형성한 학생들은 실제 가족과는 달리 구성원간 나이 차를 극복할 수 있고 서로 벽을 쉽게 무너뜨림으로써 부담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학과 선배들과 사이버팸 커뮤니티를 꾸려가고 있는 최진희씨(세명대 광고홍보 01)는 “사이버상의 아빠·엄마라고 해도 수평적인 관계에서 대화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가족에게 털어놓기 힘든 고민도 쉽게 풀어놓고 상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사이버상의 가상가족문화를 무조건 좋은 것으로 부각시키기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실례로 사이버팸을 형성한 청소년이 가상부모의 유혹에 빠져 가출 후 범죄를 저지른 경우가 있다.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대학생들로 구성된 사이버팸에서 한 명의 구성원이 탈선해 연쇄적으로 학업을 소홀히 하고 나쁜 길로 빠져들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며 “사이버팸을 만드는 대학생들이 긍정적인 부분을 잘 살려 올바른 문화로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명예기자=권해주·한양대 postman6666@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