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또 하나의 컴퓨터/톰 지그프리트 지음/고중숙 옮김/김영사 펴냄
‘우주가 정보로 가득찬 컴퓨터라면….’
영화 맨인블랙에서는 우주가 어떤 거대한 존재의 장난감일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다소 허황된 상상이긴 하지만 누구나 한번쯤은 우주가 어떻게 움직이고, 어떤 질서를 통해 지배되는지 궁금증을 가졌을 법하다.
김영사에서 펴낸 ‘우주, 또 하나의 컴퓨터’는 우주의 근본원리를 컴퓨터 속에서 찾고자하는 정보물리학 입문서다. 미국의 과학 저널리스트 톰 지그프리트가 천재들의 모임인 멘사(MENSA)에서 강연한 내용을 토대로 쓴 이 책은 양자역학에서 M이론까지 과학의 최전선에서 논의되고 있는 과학 이론들을 소개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지 일반적인 물리학 이론을 제시하는데서 머물지 않고 우주의 모든 것이 마치 컴퓨터처럼 작동할지도 모른다는 정보처리 관점에서 각 이론을 풀어내는 데 있다. 저자는 우주가 어떻게 운행하는지에 대해 여러 과학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그들의 이론을 섭렵한 결과 우주가 마치 컴퓨터처럼 운행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음을 감지하고 연구를 시도한다.
그 결과 저자는 우주의 본질을 해독하는 열쇠가 ‘정보’에 있다고 확신한다. 이는 그 동안 힘과 에너지에 의해 해석되어온 물리학과는 궤를 달리하는 것으로 정보물리학, 현대물리학 관점에서 우주를 해석하는 것이다. 사실 컴퓨터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분야는 다름아닌 과학이다. 컴퓨터의 계산력에 힘입어 과학은 새로운 활력을 얻고 있으며 더 나아가 새로운 분야인 복잡성 과학(Science of complexity)을 탄생시켰다. 과학이 점차 컴퓨터적 시각에서 파악되고 연구됨에 따라 많은 사람들에게 정보는 점차 어떤 실체적인 개념으로 다가오게 됐다는 것이다.
정보처리의 관점에서 보면 세포 내부에서 블랙홀에 이르기까지 우주의 모든 것이 정보로 가득차 있으며 과학자들에게 컴퓨터는 단지 정보를 처리하는 기계 그 이상의 의미로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 책의 정보나 컴퓨터를 협의로 이해하지 말 것을 주문한다. 정보는 모든 실체의 근원이며 컴퓨터는 그것을 구체화시키는 수단이라는 포괄적인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총 12장으로 이뤄져 있다. 1장 원격전송에서는 양자물체를 이해하기 쉽게 물, 돈, 텔레비전에 빗대 설명하며 2장 기계와 은유에서는 기계로부터 영감을 얻어 탄생한 초과학관에 대해 약술하고 있다. 3장에서는 지금까지 비물질적인 것으로, 물질적인 실체인 우주의 단순한 기록으로만 여겨진 정보가 물질적인 실체임을 입증하고 있으며 4장은 양자 컴퓨터의 가능성에 대해 서술한다. 8, 9장은 정보수집사용계와 양자실체를, 10∼12장은 스티븐 호킹의 우주론과 일반 상대성 이론, 초물질, 초현이론 등을 설명하며 마지막으로 아직 세계의 본질을 알지 못한 채 자신들만의 과학관에 갇혀있는 과학자들에게 열린 자세를 가질 것을 제안하고 있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