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임원은 대부분 똑같은 시계를 차고 있다. 금인지 도금인지 정확하지 않아도 노란 줄에 약간의 ‘촌스러움’과 약간의 ‘전통(?)’이 절묘히 혼합된 디자인이다. 양복 주머니에는 검은 색의 만년필이 꽂혀 있다. 개인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메모나 서명을 할 때 대부분 이 만년필을 이용한다.
시계와 만년필. 이것들은 이건희 회장과 윤종용 부회장이 신임 임원에게 주는 선물이다. 벌써 몇 년째 계속 되고 있다. 시간을 아껴 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하고, 결재 사인을 할 때 신중히 하라는 뜻이다. 삼성전자 임원은 그만큼 바쁘고 또 중요한 자리라는 의미도 된다. 당연히 신임 임원은 한편 뿌듯함을 또 한편으로는 책임감과 부담감을 느끼며 조직과 사회에 대한 충성심을 가다듬게 된다.
평생의 벗인 책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CEO도 있다. 구자홍 LG전자 회장은 좋은 책을 읽으면 늘 주위 사람들에게 권한다. 지난 추석 때는 2만5000여명 전직원에게 짐 콜린스의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라는 책을 선물했다. 책을 읽으면서 위대한 기업을 만든다는 것이 경영자로서 꿈꿀 수 있는 멋지고 신나는 목표라는 생각이 들어 직원들과 공유하고 싶었다고 한다. 최근에는 ‘물은 답을 알고 있다(에마토 마사루)’라는 책을 신입사원들에게 선물했다. 생명의 기본 성분인 물이 말이나 음악 등 환경에 반응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보여주며 비물질이 물질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가시적 증거로 제시하는 책이다. 직원들에게 책을 권하면서 상호공감대를 확대해 궁극적으로는 구 회장이 끊임없이 주창하는 ‘재미있는’ 일터를 만들고 ‘1등 LG’ 실현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뜻으로 해석된다.
선물은 사람과 사람이 정을 나누는 도구다. 기업을 운영하는 CEO의 선물은 정을 나누는 것 이상으로 그 조직의 구성원을 하나로 연결하는 탄탄한 고리가 되기도 한다. CEO와의 교감, 그것은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이 시대에 개인과 기업을 이어주는 든든한 다리가 되기도 한다. 결국 기업의 생산성 향상, 초일류기업으로의 도약을 일궈내는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기도 하다.
조직원 하나 하나를 소중히 하는 것이 기업 성장의 첫걸음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이들 CEO는 이미 알고 있다. 성공한 CEO의 조건이야 헤아릴 수 없이 많겠지만 그 으뜸은 역시 ‘사람의 마음을 읽고 감동시키는 것’이다. 내부 구성원조차 감동시키지 못하는 회사가 ‘고객 감동’을 실현할 수는 없다.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