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사쿠라가 필 무렵이면 일본경제계가 어김없이 치르는 독특한 통과의례가 있다. 노사간의 급여협상인 ‘춘투(春鬪)’가 바로 그것.
IT업계의 간판격인 마쓰시타그룹도 지난주부터 본격적으로 춘투에 들어갔다. ‘돈마른 조합원’들의 마음을 달랠 협상안으로 마쓰시타가 내놓은 안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일시금(보너스) 지급에 있어 그룹내 사업체별 업적을 최대한 반영해 지금까지 일률적으로 동일액을 지급했던 보너스를 차별지급한다는 것이다.
이로써 관리직(약 3700명)의 경우는 최대 10% 그리고 조합원(약 1만5000명)의 경우에는 3%의 개인별 격차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택에서부터 전자부문까지 다양한 사업을 가지고 있는 마쓰시타는 사업별 특성에 맞게 보수를 책정, 사원들의 ‘사기진작책’으로 삼는다는 복안이다.
한편 마쓰시타전기산업의 경우 직급별 급여체계를 성과급 위주로 수정할 방침이다. 근무연수에 따라 일정비율로 올라가는 이른바 ‘연령급’ 지급의 상한선을 현재의 ‘45세에서 35세’로 대폭 낮출 예정이다. 특히 총인건비의 긴축집행의 일환으로 젊은층일수록 연령급의 인상폭을 크게 하면서 정확히 35세를 끝으로 연령급을 동결시킨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여기에 부문별 또는 업종별 특성을 최대한 고려, 철저한 성과주의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연공서열에 아직도 익숙한 중년층 이상의 사원들에게는 다소 부담으로, 능력주의 및 경쟁주의에 어느 정도 단련된 신세대 사원들에게는 희소식으로 여겨질 전망이다. 춘투에 대비한 사측의 이번 제안이 올봄 조합원들의 마음에 ‘사쿠라꽃’을 활짝 피우게 할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