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는 규칙적으로 하시구요, 매일 운동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술과 담배도 조금씩 줄여 보세요.”
“1년에 한번은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가 병원에 찾아가 검진을 받을 때 늘 의사들이 하는 말이다. 그러나 실제 생활에서 이 간단한 건강원칙들을 지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바쁜 일상의 업무속에서 아무리 굳은 다짐도 작심삼일로 끝나버린다.
하지만 막상 큰 병을 진단받은 환자들은 ‘평소에 운동을 좀 열심히 할 걸’ ‘그때 끊으라고 할 때 담배를 끊을 걸’ ‘조금 귀찮아도 검진을 정기적으로 받을 걸’ 하고 땅을 치며 후회한다. 어쩌면 바로 이 장면이 얼마후 나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이 같은 불행은 개개인의 의지력 부족이 근본적인 원인이지만 건강한 삶을 도와주는 조력자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것도 중요한 이유일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건강관리가 이루어지고 일상생활에서 나의 주치의가 건강을 직접 조언해 준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유비쿼터스 헬스케어는 이 꿈 같은 상황을 실제 구현해 준다. 유비쿼터스 세상은 생활공간 곳곳에 의료서비스와 관련된 칩과 센서를 심음으로써 언제어디서나 자연스럽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건강진단이나 질병관리, 응급관리, 의사와의 만남 등 그동안 병원에서만 이루어지던 의료 행위들이 유비쿼터스 헬스케어를 통해 자연스럽게 우리 일상생활안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화장실 문에 심어진 센서나 카메라를 통해 건강상태에 관한 정보를 PDA로 제공받을 수 있다. 건강에 이상이 있으면 즉시 집에 가보라고 한다거나 투약시간에 약을 먹으라는 등의 필요한 행위를 제안해주는 서비스도 가능하다. 더 나아가 비상시 센서나 홈로봇이 직접 119를 부르거나 주치의에게 연락해 원격진료를 받고 구급약을 투약하는 것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유비퀴터스 헬스케어 시대에는 질병관리도 새로운 형태로 이뤄진다. 기존에는 환자가 예약하고 병원 의사를 찾아가 진료를 받았지만 유비쿼터스 시대에는 의사가 환자를 찾아가고 u환자 모니터링이나 관리프로그램이 병원의 역할을 대신하기도 한다.
가령, 만성질환으로 고생하고 있는 노인을 상상해보자. 당뇨를 앓고 있는 70대 H씨는 혈당관리 프로그램이 탑재된 혈당관리용 허리띠를 착용하고 있다. 허리띠에 부착된 혈당센서는 수시로 H씨의 혈당을 체크하고 그에 적합한 인슐린 양을 투여한다. 만약 혈당이 급격하게 낮아지거나 높아질 경우 그 정보가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 아들의 PDA로 전달된다.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체크된 혈당정보는 주치의에게 진료 자료로 제공되고 혈당 변화를 통해 주치의는 최적의 처방을 내릴 수 있다.
따라서 유비쿼터스 헬스케어를 구현하려면 자신도 알지 못하게(calm) 건강상태를 측정하고 관리하는 무구속·무자각 생체계측기술의 개발이 필수적이다. 인간의 움직임과 생체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각종 센서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건강이나 약물투약 상태 등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 그리고 수집되는 생체정보는 환자 본인은 물론 주치의에게 통보돼 상황에 따른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해준다.
유비퀴터스 헬스케어를 통해 우리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없이 주치의와 만난다. 병원은 더이상 병에 걸려야만 가는 곳이 아니다. 1년에 한번 받던 건강검진도 1년 내내 받을 수 있다. 유비쿼터스 혁명을 통해 의료서비스가 생활공간으로 조용히 스며드는 것이다.
팀장 :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
성호철특파원(일본) hcsung@etnews.co.kr
<박스1>무구속·무자각 생체계측기술
특별한 상황이 발생해 의사로부터 진료를 받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게 건강상태를 미리 진단하는 작업이다. 실제로 개인의 건강상태를 체크해 볼 수 있는 생체신호(vital signs)와 그 분석 데이터는 상황에 따라 소중한 진단자료로 활용된다.
무구속·무자각 생체계측기술은 이 같은 생체신호를 대상자가 의식하지 않는 상황에서 인체의 기능을 지속적이고 신속하게 계측할 수 있는 첨단 진단기술이다. 인체의 활동을 제한하지 않고 가능한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하면서 빠르고 지속적으로 인체의 기능을 진단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생체신호를 감지하는 센서들은 사람의 신경을 거슬리지 않도록 공간 구석구석에 숨겨진다. 생활속에서 흔히 사용하는 냉장고, 텔레비전 리모컨, 열쇠고리 등에 임베디드 컴퓨팅 형태로 탑재할 수도 있고, 착용 컴퓨팅을 적용해 속옷에 장착할 수도 있다.
센서를 통해 감지되는 생체신호의 종류도 다양하다. 심박, 심음, 심전도, 혈중 산소포화도, 혈압 등 기본적인 생체신호는 물론이고 수면중 몸부림 등의 움직임까지도 감지할 수 있다. 하루에 몇 번이나 화장실에 가는가를 감지해 비뇨기에 어떤 이상이 있는지도 체크할 수 있다.
이 같은 무구속·무자각 생체계측기술은 현재 의료 진단과정에 존재하는 시간적·공간적·물리적인 구속요인을 극복함으로써 진단의 범위를 병원이 아닌 가정과 직장으로까지 확장시킬 수 있다. 이를 통해 자유롭고 가족적인 일상생활을 영위하면서도 철저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유비쿼터스 헬스케어가 구현된다.
<박스2> 유비쿼터스 헬스케어
의료정보화업체인 유비케어(대표 김진태 http://www.ubcare.co.kr)가 제공하는 각종 원격진료서비스는 앞으로 유비쿼터스 헬스케어로 인해 변화될 의료서비스의 미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서울에 사는 주부 강모씨는 최근 잦은 소화불량과 복통 증세로 밤잠을 설쳤다. 다음날 아침, 그는 유비케어가 운영하는 인터넷 종합병원 ‘건강샘(http://www.HealthKorea.net)’에 접속해 자신의 증상에 맞는 진료과와 인근 의원을 검색해 본다.
아파트 상가에 위치한 A내과를 찾은 강씨는 먼저 온라인 상으로 자신의 증상을 설명하고 해당 병원 의사에게 상담을 신청한다. 잠시후 A내과 의사로부터 답변이 왔다. 간략한 생활 가이드와 함께 몇가지 의심되는 질병을 소개해주고 몇가지 검사도 추천한다. 강씨는 즉시 A내과에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고 오후에 병원을 찾는다.
A내과에 들어선 강씨는 예전과는 다른 병원 모습이 다소 어색하다. 접수대부터 모니터 외에 서류나 차트 등 종이문서들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진료실로 들어서는 강씨를 본 의사는 “안녕하세요. 복통은 어떠세요’라고 인사한다. 처음 찾아온 병원인 데도 의사는 오랜 주치의처럼 자신의 병을 자세히 알고 있는 듯하다. 의사의 모니터에는 그녀가 집에서 신청한 상담내용이 떠 있어 대략적인 증상을 미리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료를 마친 강씨가 수납을 하고 처방전을 받으러 가자 간호사는 “어느 약국으로 직접 처방전을 보내드릴까요”라고 묻는다. A병원은 이미 환자가 종이 처방전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는 전자처방전시스템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강씨는 평소 다니는 B약국으로 처방전을 전송한다.
약국에서도 강씨는 평소보다 빠른 시간에 조제를 받을 수 있었다. 이 역시 병원에서 전송된 전자처방전 덕분이다. 강씨는 약사에게 자신의 처방전을 ‘건강샘’으로 전송해 줄 것을 요청한 뒤 집으로 향한다. 집으로 가는 길에 갑자기 휴대폰에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는 벨이 울린다. 확인해보니 방금 다녀온 A의원에서 보내온 메시지다. 감사의 인사와 함께 자신의 질병에 도움이 되는 생활정보를 짧게 소개하고 있다.
집에 돌아온 강씨는 곧바로 컴퓨터를 켜고 ‘건강샘’에 접속해 자신의 처방전을 확인한다. 처방전에 기재된 질병과 약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확인한 후 그동안의 개인 약력과 병력, 알레르기 등의 특이사항들을 한장의 리포트로 출력한다.
이 같은 강씨의 하루는 더 이상 미래 얘기가 아니다. 유비케어가 제공하는 원격의료서비스를 통해 이미 실현되고 있는 바로 현재의 모습이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유비쿼터스 헬스케어 구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