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은 공개SW 열풍에 휩싸였다. 정보통신부가 범정부 차원의 ‘공개SW 활성화 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작업에 나섰고 ETRI, 정보산업연합회, 소프트웨어 기업 및 대학 등이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협의체 구성을 추진중이다.
리눅스와 자바로 대표되는 공개 소프트웨어가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의 대안으로 전세계 IT업계의 주목을 끈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IBM, HP, 선마이크로시스템스 등 세계 컴퓨팅 업계를 주도하고 있는 공룡기업들이 앞다퉈 리눅스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선마이크시스템스와 오라클은 공개 소프트웨어의 다른 축인 자바 플랫폼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공개SW 붐을 감안하더라도 2003년 봄 한국에 불고 있는 공개SW 열풍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 강력하며 거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한국리눅스협의회의 최준근 신임회장(한국HP 사장)은 최근의 공개SW 열풍에 대해 “물론 지난달 말 전국을 뒤흔든 1·25 인터넷 대란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프로그램을 공격하는 바이러스 때문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공개SW 붐이 조성되기는 했지만 리눅스 강국으로서 한국이 갖고 있는 잠재력이 바탕이 됐다”고 해석했다. 다시말하면 인터넷 대란이 뇌관이 되어 그동안 응집된 잠재력을 터뜨린 결과가 최근의 공개SW 열풍이라는 설명이다.
“더욱이 리눅스협의회가 한국을 리눅스 강국으로 만드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해왔다는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사실 리눅스협의회는 국내에서 리눅스가 하나의 산업으로 대접받기 이전인 지난 99년 설립됐다. 만 3년 동안 협의회는 말 그대로 리눅스가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잡기 위한 텃밭을 일궈왔다.
“초대회장을 지낸 삼성전자 진대제 사장님, 2대와 3대 회장을 맡았던 한국IBM의 신재철 사장님이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저는 앞선 회장들이 일궈 놓은 비옥한 토양에 씨를 뿌리는 역할을 맡겠습니다.”
그동안 협의회와 관련업계의 노력으로 리눅스에 대한 산업계의 인지도가 상당히 높아졌으며 공공분야 단위업무의 서버에서 메인 프레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리눅스가 사용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설명이다. 향후 과제는 리눅스가 실제로 다양한 산업영역에서 활용될 수 있는 환경과 제도를 만들어 내는 것.
“기업용 솔루션 및 공공부문에서 리눅스의 사용을 극대화해 리눅스가 공개 소프트웨어의 핵심으로 자리잡도록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말과 함께 최 회장은 올해 사업구상을 내놓았다.
우선 리눅스 확산의 최대 걸림돌로 지적돼온 교육 및 서비스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회원사 공동으로 전국 10대 도시에 ‘리눅스기술지원단’을 설치할 예정이다. 7월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할 이 기술지원단을 통해 공공기관 및 교육기관에 리눅스 사용방법, 관리방법, 장애 조치사항 등을 교육하고 방문AS를 제공할 예정이다.
최 회장은 한국HP의 사장답게 리눅스 기반의 다양한 솔루션이 개발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역점을 둘 생각이다.
“산업용도별 개발방법론 및 템플릿의 표준규격을 제정해 리눅스 기반 솔루션 개발에 있어 중복투자를 방지하고, 업계의 개발능력을 결집하여 세계적인 리눅스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습니다.”
협의회는 산학연관 전문가로 ‘리눅스 표준규격 작성 워킹그룹’을 구성해 10월까지 용도별 표준 규격안을 작성해 공청회 등을 통해 최종확정하고 11월경 TTA에 상정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최 회장은 공개 소프트웨어 기반의 차세대 전자정부 모델 개발, 리눅스 엑스포코리아 2003, 리눅스 소프트웨어 공모전, 리눅스 테크니컬 세미나, 공공기관 대상 전국순회 기술시연회 등과 같은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정부가 최근 들어 공개SW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 대해 최 회장은 “저는 개인적으로 운이 좋은 것 같다”며 “앞으로 협의회가 일을 추진하는데 있어 탄력을 받을 것 같다”는 기대감을 표했다.
특히 최 회장은 정부가 추진중인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육성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를 보냈다. 최 회장은 “공개SW산업은 특정 하드웨어나 플랫폼 업체에 종속되지 않을 뿐 아니라 다양한 산업에 걸쳐 있어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며 “ETRI 산하에 설립되는 임베디드기술센터나 임베디드산업협의회는 임베디드산업 발전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말을 바꿔 신 정부에 대한 조언을 부탁하자 최 회장은 대만의 IT산업 이야기를 꺼냈다.
“IT산업이 차기 정부의 전략산업이 될 것이란 점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는 사실입니다. 더욱이 수출 주력상품으로 IT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명백합니다. 현시점에서 저는 대만의 IT산업을 벤치마킹해볼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IT산업의 강국으로서 대만이 잘하고 있는 점과 우리가 놓치고 있는 점을 비교분석한다면 휼륭한 IT전략을 만들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해 컴팩코리아와의 통합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최 회장이 올 연말 리눅스와 공개 SW산업의 발전을 위해 어떤 보너스를 선사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이창희기자 changhlee@etnews.co.kr>
△경남 거창 출생 △71년 진주고 졸 △76년 부산대 전기공학과 졸 △75년 삼성그룹 공채 입사△86년 삼성HP㈜ 사업부장 △93년 한국HP㈜ 상무 △95년∼현재 한국HP㈜ 대표이사 사장 △98년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2000년∼현재 대한/서울상공회의소 부회장 △2000년∼현재 전경련 국제기업위원회 회장 △2000년∼현재 한국소프트웨어 컴포넌트 컨소시엄 부회장 △ 2001년∼현재 미상공회의소(AmCham) 이사 △2000년 뉴미디어대상 외국기업부문 대상 수상 △2001년 제33회 근로자의 날 기념 대통령표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