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E3와 ECTS 등 세계 메이저 게임쇼의 최대 이슈는 단연 네트워크 게임이었다.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MS)가 지난해 E3에 맞춰 네트워크 콘솔게임 마스트플랜을 나란히 발표한 데 이어 ECTS의 콘퍼런스 의제들도 네트워크 게임에 맞춰졌다.
세계 게임전문가들은 차세대 게임시장을 이끌 분야는 네트워크 게임이라는 데 이견을 달지 않았다. 특히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유저를 보유하고 있는 콘솔게임의 네트워크화는 세계 게임시장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낙관론자들은 네트워크 콘솔게임이 머지않아 전세계 게임시장의 주류를 이룰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는 게임의 원초적인 기능인 ‘재미(entertainment)’라는 부문에서 네트워크 게임이 스탠드얼론(stand alone) 게임보다 훨씬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게임은 혼자 즐기는 것보다 다른 유저와 함께 즐기거나 대전을 치를 때 훨씬 몰입도가 높다는 분석이다.
또한 네트워크 게임의 뛰어난 확장성도 시장전망을 밝게 한다. 채팅과 같은 기본적인 기능을 시작으로 네트워크 콘솔게임은 하나의 커뮤니티 매개체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콘솔이 인터넷을 통해 PC와 연동되면서 스탠드얼론 게임에서는 그동안 생각지 못한 다양한 멀티미디어 서비스도 가능해질 것이다.
이같은 낙관론은 이미 스탠드얼론 방식의 PC게임이 퇴조의 길을 걷는 반면 온라인게임은 고속성장 중인 국내 게임시장의 사례가 좋은 본보기다.
실제 유럽의 IT전문조사기관인 스크린다이제스트는 지난해 첫선을 보인 네트워크 콘솔게임시장이 2006년이면 24억달러 규모의 황금어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미국 조사기관 DFC인텔리전스는 스탠드얼론 방식의 콘솔게임시장이 지난해 209억달러로 정점에 달한 데 이어 2005년에는 174억달러로 감소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들은 과연 네트워크 콘솔게임시대가 얼마나 빨리 진전될 것인가 하는 물음에는 그렇게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지 못했다. 세계 게임시장을 주도하는 북미와 일본 등의 유저들이 이미 네트워크 게임보다는 스탠드얼론 방식의 싱글플레이에 너무 익숙해 있다는 것이다. 비관론자들은 현재 게임유저들의 특성, 인터넷 인프라 미비, 시스템 안정성 등을 들어 네트워크 콘솔게임의 폭발적인 성장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세계 게임수요층의 70%가량이 집중돼 있는 미국과 일본 유저들이 여전히 PC기반 온라인게임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반면 여전히 스탠드얼론 방식의 콘솔게임에 열광하는 현실에 무게를 두고 있다.
또한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광활한 국토에 초고속인터넷망을 보급하는 것은 한계가 따르고 DVD급 화질의 동영상과 음향을 구현할 콘솔게임을 온라인으로 즐기기에는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네트워크 콘솔게임은 ‘찻잔속 태풍’으로 끝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래도 낙관론자들은 이같은 비관론의 주장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과제로 국가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초고속인터넷망 구축사업이 국가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데다 네트워크 환경이 어느정도 갖춰지면 유저들이 네트워크 게임의 재미에 눈을 뜨게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이 때문에 세계 게임업계는 한국의 네트워크 콘솔게임 향방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은 멀티플레이를 통한 상호작용성(interactivty)의 참맛을 느끼는 유저풀이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고 PC기반 온라인게임 서비스를 통해 쌓은 네트워크 게임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낮은 콘솔게임기 보급률이 ‘옥에 티’로 지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니와 MS가 한국시장을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만큼 게임기 보급률이 50만대를 넘어서는 올해 말이 국내 네트워크 콘솔게임시장 전망을 판가름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들은 게임기 보급이 호조를 띠고 네트워크 서비스가 빨리 안정화된다면 네트워크 콘솔게임이 PC기반 온라인게임에 이어 가장 강력한 게임 플랫폼이 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국내 네트워크 콘솔시장의 전망과 함께 소니와 MS의 주도권 싸움도 관심사다.
전문가들은 소니와 MS의 국내 네트워크 콘솔시장에서의 승부는 게임기 보급률, 게임기의 네트워크 성능 및 가격, 킬러 콘텐츠 유무 등 3가지 요소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게임기 보급률에서 앞서는 소니가 단기적으로 네트워크 시장에서도 앞서나가겠지만 게임기 성능과 가격경쟁력에서 앞선 MS가 장기적으로 유리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소니냐 MS냐. 승부가 어떻게 갈리든 세계 게임업계는 차세대 네트워크 콘솔게임시장을 가늠할 한국시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