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이라크전쟁 및 북핵문제 등 여러 악재가 겹쳐 국내 IT산업이 총체적인 불황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는 가운데 평판디스플레이(FPD:Flat Pannel Display)산업이 전세계적인 수요 급증세에 힘입어 나홀로 호황기를 맞고 있다.
특히 지난해 우리 IT산업의 양대 버팀목 역할을 했던 반도체와 휴대폰 산업이 올들어 지속적인 공급가격 하락과 수요 부진으로 다소 주춤하고 있는 상황에서 FPD산업의 선전은 침체된 한국 IT산업의 완충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LCD·PDP·유기EL(OLED) 등 FPD가 대형 TV시장 확대와 전 애플리케이션의 디지털화·평판화·고급화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4분기부터 수요가 급증하기 시작, 최근 일제히 공급이 늘어난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기존 브라운관(CRT)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TFT LCD의 경우 전방산업의 부진에도 불구, 지난해 3∼4분기내 가파른 가격하락으로 인한 CRT 대체수요가 폭발해 최근 15·17인치 등 일부 범용제품을 시작으로 초과수요 현상을 빚고 있다.
TFT LCD는 또 올해부터 LCD TV 시장이 열리기 시작하면서 대형모듈 수요도 급증하는 추세다. 특히 LG필립스·삼성전자 등 국내 업체들은 경쟁국에 비해 높은 생산성과 시장지배력을 활용, 수급상황과 공급가격까지 조율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엔 고급형 STN LCD까지 품귀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차세대 디지털 TV용 FPD인 PDP 역시 지난 가을부터 시작된 공급가격 하락 영향으로 유럽·미국·일본·중국 등을 시작으로 PDP TV 및 상업용 대형 모니터 수요가 폭발, 모듈공급이 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삼성SDI·LG전자·오리온PDP·UPD 등 국내 PDP업체들은 2단계 설비증설을 가속화하는 한편 기판 투입량 확대, 공정병목 해소, 수율 개선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공급량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 3분기말부터 이어진 공급가격 역시 최근 하락세가 빠르게 둔화되며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
본격적인 시장 도입기를 맞은 OLED도 주시장인 휴대폰(외부창)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바탕으로 LG전자·삼성전자 등 휴대폰업체들이 OLED 채용을 대폭 확대하고 나섰다. 이로 인해 삼성SDI·네스디스플레이 등 OLED업체들이 라인을 풀가동하고도 수요를 다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컬러 OLED는 특히 현재 세계적으로도 공급업체가 극소수인데다 그나마 메이저급 휴대폰업체들이 OLED업체들의 공급량을 ‘입도선매’해 품귀사태를 가중시키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FPD는 응용분야가 넓고 경기침체에 관계없이 대체수요만으로도 폭발적 성장이 가능한 게 강점”이라며 “특히 경쟁국이 제한돼 있고 시장진입 장벽마저 높아 특별한 악재만 표출되지 않는다면 본격적인 호황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