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처음으로 ‘전자무역’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사람. ‘국가 인터넷무역 5개년 계획(실크로드21)’의 입안과 시행을 주도한 인물. 대한민국 전자무역의 산파. 전 KOTRA 전자무역팀장인 이태완씨(47·사진)를 칭할 때 으레 붙어다니는 수식어구다. 따라서 자타가 공인하는 전자무역 전문가인 이씨가 지난 2001년 공기업의 팀장 자리를 박차고 나왔을 때 관련 업계는 의아해했다.
그런 이씨가 최근 책 한권을 들고 나타났다. 제목(가는 무역 오는 무역)에 혹해 ‘그저 그런 에세이풍이려니’하고 책장을 펼쳤다간 특유의 날선 독설과 기막힌 인용구에 놀라게 된다. 먼저 이씨는 현재 국내 전자무역 정책의 방향에 대해 일갈했다. “무역의 절차를 계약 이전과 이후, 또 거래알선에서 대금결제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토막쳐 놓은 채 EDI나 인터넷을 이용해 도식적으로 자동화시켜 나가겠다는 게 현재 국내 전자무역의 개념입니다. 이런 패러다임으로는 급변하는 디지털 무역프로세스에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없습니다.”
이씨의 이같은 지적은 책에서 보다 극명해진다. ‘EDI 중심의 인프라는 이해당사자간 합의와 막대한 초기비용 등이 필요하며 일단 구축해 놓으면 버리기도 어렵다’ ‘합의를 이루고 표준화를 도출하는 동안 관련 기술과 기업들의 수요가 이를 앞서거나 혹은 다른 길로 갈 가능성이 높다’ ‘인프라를 먼저 구축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다른 나라의 견제를 받게 된다’ 등의 내용은 국내 전자무역의 주류를 향해 던지는 일종의 ‘딴지’다.
산업자원부나 한국무역협회 산하 전자무역추진위원회 등이 펼치고 있는 핵심사업이 바로 ‘통합전자무역플랫폼 구축’ ‘전자문서 통합저장소(repository) 개설’ ‘범아시아 네트워크 주도’ 등과 같은 인프라 건설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씨는 똑같은 사안을 놓고 1년여만에 논조를 달리하는 언론들을 예로 들며 갈피를 못잡고 있는 전자무역 관련 일반의 시각을 꼬집기도 했다. 그렇다고 이 책을 통해 뾰족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이에 대해 이씨는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현재 국내 전자무역의 문제점을 말하고자 했을 뿐”이라며 “다만 EDI든 무역 e마켓플레이스든 여러 인프라의 치우침 없는 유기적 연계는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화수출진흥재단이 추진중인 미국 코비신트 진출 프로젝트에 프리랜서 신분으로 참여하고 있는 이씨는 현재 디지털 종합상사를 표방하는 자신의 사업구상에 한창이다.
<글=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