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비즈니스부·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감사원이 최근 ‘전자정부구현사업 추진 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보통신부 등 47개 기관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번 감사의 목적은 감사원 스스로 밝혔듯 전자정부구현사업이 제대로 수행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감사원은 ‘IT감사자문위원회’를 통한 자문 등 감사의 질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만전을 기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주에 발표된 감사 결과에도 전혀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감사에서 지적된 “부처간 협력 부족으로 인한 시스템 중복투자와 활용도 저조”는 이미 지난 수년간 국가정보화사업에 대한 감사나 평가 때마다 수없이 반복된 내용이다. 전자정부 담당공무원은 물론 정보화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이제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다.
국내 기관이 아닌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조차 관련 회의 때마다 “전자정부사업은 참여하는 정부 기관간 협조가 성공의 핵심요소며 이와 관련한 각 국의 극복 사례에 대해 보다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계자들은 이 기본적인 지적 사항을 지난 수개월에 걸친 감사 결과를 통해 또다시 들어야 했다. 그래서 담당공무원이나 정보시스템 전문가들도 이번 감사 결과를 늘상 듣는 ‘늙은 부모의 잔소리’ 정도로 치부하는 분위기다.
전자정부사업은 국민과 기업에 편리하고 질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며 행정 투명성·생산성·민주성을 향상시키는 것이 기본적인 목적이다. 이를 위한 가장 기초적인 수단이 바로 기존 대민서비스를 기관간 정보 공동이용 및 연계와 단일창구를 통해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작업이다.
그럼에도 이 같은 기본 원칙과 수단을 너무나 소홀히 취급해왔다. 그동안 전자정부의 목적이 얼마나 달성됐으며 그 과정에서 기본적인 수단들이 제대로 활용됐는지만 살펴봐도 문제점과 해답은 자연스럽게 나온다. 그 당연한 결과를 위해 지난 수개월간 수십개의 정부 기관을 대상으로 거창하게 진행한 감사 활동이 오히려 중복투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