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 일등국가를 지향하는 노무현 정부가 정보기술(IT)을 정치와 행정개혁의 핵심수단으로 삼고 있어 IT가 국가 성장과 변혁의 견인차로 급부상하고 있다.
18일 대통령직인수위와 정부부처 관계자들에 따르면 노무현 당선자는 IT강국의 경쟁력을 지속시키면서 디지털시대의 성장과 번영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이미 구축된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인프라와 정보시스템 등 IT기반을 정치와 행정개혁의 유효한 수단으로 활용키로 결정했으며 취임 후 디지털 국가경영에 이같은 수단을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길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인수위가 마련중인 IT를 통한 개혁 밑그림에 관심이 집중됨은 물론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될 정부혁신(행정개혁·재정개혁)추진위원회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을 비롯해 국무조정실·정부부처 장관과 CIO 등의 역할도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우선 인수위 산하 정치개혁연구실은 디지털정치를 수평적 협력정치, 투명한 청정정치와 함께 3대 정치개혁 방향으로 설정해 놓고 있다. 정개련은 디지털정치를 활성화하기 위한 각종 법제도 정비와 아울러 인터넷으로 정치자금을 내는 ‘인터넷 정치헌금제’도 추진키로 했다. 또 인터넷과 전자투표를 활용한 정당정치 구현을 통해 국민참여를 활성화시켜 보스 중심의 상의하달식 정당구조를 뜯어고치는 환경을 조성할 방침이다.
50여년의 오랜 관행을 깨기 힘든 정치개혁보다는 행정개혁에서 IT의 활용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IT를 활용해 행정을 개혁하겠다는 구상은 현 정권의 전자정부 11대 과제에도 포함됐으나 일부 행정전산망 통합을 제외하곤 구체화되지 못했으며 특히 행정개혁의 알맹이인 정부 업무재설계(BPR) 작업은 사실상 전무다시피했다.
이에 새 정부는 정부혁신추진위를 중심으로 새 정부 출범 이후 공무원의 업무방식에서부터 조직까지 디지털환경에 맞게 재설계하는 BPR 작업과 단계적인 정보전략계획(ISP)에 기반한 2단계 전자정부 프로젝트를 추진할 전망이다. 또 동북아 중심국가 전략과 관련해 기업 행정서비스(G4B)도 강화하기로 하고 여러 부처가 관련된 인허가 사항을 중심으로 업무 처리체계도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
일부 부처에서 검토중인 정책 결정과정 공개제도 역시 앞으로 본격화할 전망이다.
정부와 학계 관계자들은 정치·행정 개혁에 IT가 유효한 수단이라는 인식에 대해 동감을 표시하고, 다만 아날로그 사고가 지배적인 상황에서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행정개혁의 핵심인 업무 프로세스 개선은 공무원 조직의 저항이 거셀 것이며 디지털정치도 오프라인의 정당구조 개혁을 유도하는 촉매제 구실 이상을 바라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안문석 고려대 교수는 “일단 IT를 개혁의 수단으로 활용할 인프라는 갖춰진 이상 정부의 힘이 센 정권 초반에 강력하게 추진한다면 성공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