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를 통한 정치·행정개혁 어떻게 추진되나

 지난 14일 전교조는 교육인적자원부 장관과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실무담당자 등 2명을 서울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교육부 홈페이지의 NEIS 공개자료실에 제주지역 교원의 개인정보를 유출했다는 혐의다.

 특히 교직사회가 이번 정보유출보다도 교원평가 등을 위한 NEIS 자체에 반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더한다. 교육당국 스스로의 혁신없이 일선에만 개혁을 요구하는데 대한 반발도 크다. 불충분한 의견수렴과 불투명한 행정 프로세스가 혁신을 위한 정보시스템 도입이라는 좋은 취지마저 깎아내린 셈이다.

 개혁성향의 노무현 정권 출범을 앞두고 정치와 행정이 더이상 우리 경제와 사회의 발목을 잡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IT를 그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치밀고 있다. 단순히 정보시스템을 구축하자는 얘기가 아니라 IT환경에 맞게 업무체계와 의식을 뜯어고치자는 얘기다.

 ◇IT, 혁신의 수단으로 부상=노무현 당선자는 지난 13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비전코리아 국민보고회’란 행사에서 “정부, 행정의 비효율성과 경제사회에 대한 지나친 간섭, 행정이 경제를 주도해 나가겠다고 하는 오만함을 확실히 제거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 당선자는 “새정부가 제시할 비전을 위한 전략으로 기술혁신과 지식기반사회, 시스템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IT로 낡은 정치와 행정을 뜯어고칠 수 있다’는 IT관이 엿보인다.

 이와 관련, 인수위는 부패방지를 위해 각종 계약과 민원처리절차를 인터넷 등을 통해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할 계획이다. 순차적으로 정책과 법률 등에 대한 의사결정과정 일부를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새정부에선 IT인프라를 통한 국민의 국정감시와 참여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BPR 본격화할 듯=국민의 국정감시와 참여가 강화되면 행정업무 프로세스도 바뀔 수밖에 없다. 업무재설계(BPR)의 중요성도 커졌다. BPR는 정보시스템에 맞게 개인과 조직의 역할 등을 새롭게 조정하는 것이다. 정부의 정보시스템은 민간기업과 달리 이러한 BPR가 없이 단순한 업무 보조수단으로만 도입됐다. 

 전문가들은 인허가 행정이나 여러부처 관련 행정사항의 경우 범정부 차원의 BPR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공장 하나 짓는 데 여러 기관에서 각종 인허가를 받아야 하며 새 빌딩이 하나 들어서면 환경, 교통, 인구, 재해 등 다양한 영향평가 조사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김현석 기획예산처 전자정부팀장은 “국민에게 통합서비스를 단절없이 제공하려면 행정업무 전반에 대한 변화와 개혁이 필수적”이라면서 “차세대 전자정부 사업은 단순 정보시스템 구축의 차원을 넘어 행정 및 IT분야 지식을 겸비한 전문가를 중심으로 행정기관간 전산자원 통합이나 업무BPR 등을 통해 정부개혁을 이끌어내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추진체계부터 정비해야=IT를 혁신의 중앙에 놓으려면 추진체계부터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현 직제로 봐선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될 정부혁신추진위가 혁신작업을 맡는다. 하지만 정보시스템 도입과 BPR 등 실제 업무는 총리실 산하 정보화추진위와 국무조정실, 해당 부처 등으로 분산됐다. IT의 도입과 BPR 등 혁신작업이 따로 놀 가능성이 높다. 기구간 역할분담과 공동 추진체계의 확립이 필요하다.

 김성태 국제정보정책·전자정부연구소(GEPEGI) 소장도 “차세대 전자정부 사업은 단편적인 차원을 넘어 중장기 비전을 바탕으로 부처간 역량과 정보자원을 효율적으로 조정, 활용하는 강력한 사업추진체계를 수립해 지식기반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는 정부를 구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초기부터 강력히 추진해야”=행정개혁은 공무원 조직의 저항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한 정부부처 고위 공무원은 “행정혁신의 당위성이야 인정하나 기득권이나 관행 등을 버리라고 하면 저항이 만만찮을 것”이라며 “성패는 바로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 점에서 일선에 선 정부부처의 장관과 CIO(차관 또는 기획관리실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노 당선자는 “IT를 모르면 장관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장관 인선기준은 능력과 개혁추진력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새 장관은 인사총량제, 예산총량제 등을 통해 상당 권한을 갖게 돼 개혁추진엔 장애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안문석 고려대 교수는 “부처간 반목을 과감히 없애고 국가적 차원의 논의가 필요한 단계이며 공무원의 업무방식 변환, 부처간 협업이 발생하는 방향으로 전자정부를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개혁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행정과 달리 새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치개혁에서 IT의 역할도 극히 제한적이다. 전자투표, 법률결정과정 인터넷 공개, 인터넷 정치헌금 등은 국민의 정치참여와 감시에 긍정적이나 정치활동 자체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 운영상의 개선점도 많다. 하지만 대선에서 확인됐듯이 IT는 정치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다.

 IT를 통한 혁신도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정부의 힘이 강한 초기에 시작하지 않으면 갈수록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초기부터 끊임없는 문제제기와 방향제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