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환 한국기술벤처재단 사무총장 rubos@kist.re.kr
21세기의 새로운 경제사회 패러다임은 지식기반경제(knowledge-based economy)다. 지식이 각 경제 주체와 국민 경제 전체의 성장과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하며, 지식 창출·확산·습득, 그리고 활용을 통해 경제 주체들의 혁신능력을 배양하고 성장 기반을 이루는 경제를 의미한다. 지식의 중요성이나 지식이 경제사회 발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인식이 항상 존재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지식의 중요성이 전면적으로 부각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지식을 원동력으로 하는 새로운 변화의 물결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급속히, 그리고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산업자본시대에 형성돼 오랫동안 우리 생활을 지배해온 각종 제도와 관행, 경제적 기반, 가치체계 일체가 중대한 도전을 받고 있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경제 환경의 변화, 산업구조의 변화 양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지식기반경제는 산업혁명 이래 소위 ‘신산업혁명(new industrial revolution)’으로 불리는 새로운 변화의 흐름이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새 패러다임의 잠재적 기회요인과 위협요인으로 향후 전세계 모든 국가, 모든 국민에게 급속히 확산될 것이다.
하드웨어·물적 자원 중심의 소위 자원기반경제에서 지식·서비스 등 소프트웨어 중심의 지식기반 경제로의 이행은 정보화 혁명의 진전과 궤를 함께 한다. 신산업구조의 효율적 경제구조 혹은 첨단산업단지 모델인 실리콘밸리가 탄생했고, 이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 산업환경 변화의 초석이 됐다.
미국의 경우 80년대 말부터 옛 산업의 몰락,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첨단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한 신산업의 발흥 등 패러다임이 바뀌는 과정에서 경제구조 전반에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가 더욱 본격화되고 있다. 정보화를 기반으로 한 신기술의 중소벤처기업들이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신기술 벤처기업이란 정보화 지식을 갖고 있는 지식근로자들로 구성된 조직 형태며 이는 새로운 지식이 많이 축적될수록 지식 창출, 즉 창조적 파괴에 의한 기술 개발 및 신제품 생산을 가능케 하는 경제요소가 된다. 따라서 전세계 주요 국가의 산업경제정책이 이 같은 벤처환경과 벤처기업 육성에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단기간에 집중적인 벤처지원정책으로 규모 면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를 보았고 대단위 벤처인프라가 구축됐다.
지식자산의 축적 면에서 앞서 있고 고도화된 산업구조를 이미 갖고 있는 선진국의 경우 지식기반경제로의 이행은 자연스런 진화의 성격이 강하다. 즉 실리콘밸리 같은 첨단 단지는 인프라 구축과 동시에 효율적인 네트워크 시스템의 운용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선진국의 경우 정보기술혁명 등 새로운 기술적 요인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면서 지식자산의 축적과 기업혁신 활동을 보다 촉진할 수 있는 방향으로 기존 제도를 재정비하는 것, 즉 첨단 산업단지 모델의 필요성에 의한 디지털산업의 구현, 제조업과 유통 및 금융 분야의 효율화, 전자상거래를 중심으로 한 가상공간에서의 경제활동 등의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정책적 전략이 핵심을 이루고 있다.
최근 21세기 경제대국 혹은 동북아 경제권의 중심국가로 진입하기 위한 새로운 벤처정책으로 시장형 지역혁신체제가 요구되고 있다. 지식기반경제사회의 첨단 산업단지 모델인 지역산업군집(regional industrial cluster)은 종래의 생산 및 거래비용 축소를 위한 산업의 단순한 집적지 역할을 넘어 기술혁신과 지식창출 근원지로서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따라서 특정산업을 중심으로 ‘집적(agglomeration)된 지역산업자원’을 ‘유기적으로 연계(networking)’, 발전시키는 산업의 군집화(industrial clustering)와 이를 바탕으로 지역혁신체제(RIS:Regional Innovation System)를 구축하는 것이 지역경제발전의 새로운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도 첨단 산업단지를 구축해 지역기술혁신을 기반으로 한 신산업 발전과 신기술형 벤처기업의 대규모 탄생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국가경제 성장의 발전동인으로 신기술형 중소벤처기업의 역할이 더욱 부각되면서, 특화된 기업들이 연계한 시장형 지역혁신구조는 동북아 경제중심 국가건설을 위한 구체적 실천모델을 우리에게 던져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