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정보기술(IT)을 정치 및 행정 개혁의 핵심 수단으로 삼겠다고 밝힌 것은 정책의 가닥을 제대로 잡은 올바른 선택이라고 본다. IT강국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디지털시대의 성장과 번영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서는 이미 구축된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인프라와 정보시스템 등 IT기반을 국가경영에 적극 활용하는 것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IT인프라를 국가경영에 적극 활용하고, IT를 통해 낡은 정치와 행정을 뜯어고치겠다는 노무현 당선자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인수위 산하 정치개혁연구실이 수평적 협력정치, 투명한 청정정치와 함께 3대 정치개혁 방향으로 설정해놓고 있는 디지털정치다. 전자투표와 인터넷 정치헌금제 도입 등 인터넷이 중심 축이 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해 보스 중심의 상의하달식인 기존 정당구조와 돈이 없으면 정치판에 나서기 힘든 우리 정치의 고질병을 치유하겠다는 것이다.
각종 계약 및 민원처리절차의 인터넷 공개에 거는 기대도 크다. 부정과 부패가 방지됨은 물론 국민의 국정 참여 및 감시가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국민의 국정참여 열기가 뜨거워지면 행정업무의 프로세스가 바뀌고, 그동안 단순히 업무 보조수단으로 활용됐던 업무재설계(BPR)의 중요성도 커지게 된다. 특히 인허가 행정관련 부처들이 개인과 조직의 역할을 재조정하는 BPR를 효율적으로 추진할 경우 각종 인허가를 받기 위해 여러 기관을 전전해야 하는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다.
잘 알다시피 국민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행정업무 전반에 대한 변화와 개혁이 수반돼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행정기관간 전산자원 통합이나 업무BPR 등을 통해 정부개혁을 이끌어내겠다는 새 정부의 차세대 전자정부 사업에 거는 기대가 크다.
하지만 갈 길은 아직 멀다. 추진체계 정비와 반발 무마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수두룩하다.
추진체계만 해도 그렇다. 새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직제를 감안하면 혁신작업은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될 정부혁신추진위가, 정보시스템 도입과 BPR 등 실제 업무는 총리실 산하 정보화추진위와 국무조정실 그리고 해당 부처가 맡게 된다. 기구간 역할분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IT의 도입과 BPR 등 혁신작업이 삐걱거리는 것은 불보듯 뻔하다.
철밥통을 지키려는 공무원들의 반발을 무마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노무현 당선자가 IT를 모르면 장관을 할 수 없다며 장관 및 CIO(차관 또는 기획관리실장)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행정개혁과 혁신의 당위성을 인정하면서도 기득권 포기에 거세게 반발하는 이들의 조직적 저항을 무마하고, IT세상에 동참시켜야 제대로 된 행정개혁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개혁도 마찬가지다. 전자투표, 법률결정과정 인터넷 공개, 인터넷 정치헌금 등에 공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활동 자체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IT를 매개로 하는 정치 및 행정 개혁은 빠를수록 좋다. 지금부터라도 부처이기주의에서 벗어나 디지털 국가건설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