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은 우리가 접수한다.’
심은하가 사라지고 고소영·김혜수가 이름값을 못하는 시대에 한국영화의 차세대 히로인은 누가 될까.
요즘 이은주, 손예진, 하지원, 김하늘 등 데뷔 3∼5년차 여배우 4인방의 스크린 나들이가 활발하다. 편수뿐만 아니라 연애소설, 색즉시공, 클래식, 동갑내기 과외하기 등 이들이 출연한 작품들이 잇따라 흥행에 성공하면서 새로운 스타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가뜩이나 캐스팅 난이 심하고 인기 배우들의 개런티가 높아지고 있는 요즘, 이들 신세대 스타들은 식상하지 않은 참신한 이미지에다 곱상한 외모와는 달리 엽기적인 연기까지 과감하게 선보이면서 영화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소리소문없이 인기를 끌면서 스크린 주인자리를 꿰하고 차지고 있는 여배우는 단연 이은주다. 출연 영화 편수면도 역시 최고다. 이은주는 99년 송어로 데뷔한 이래 2000년 ‘번지점프를 하다’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고 홍상수 감독의 ‘오! 수정’ 등 총 6편에 출연했으며 현재 ‘하늘정원’과 ‘태극기 휘날리며’에도 출연하고 있는 등 왕성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이은주는 멜로물(번지점프를 하다, 연애소설, 하늘정원)뿐만 아니라 공포물(하얀방), 심리 스릴러물(송어), 작가주의 작품(오! 수정), 블록버스터(태극기 휘날리며)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출연하면서 내공을 쌓아나가고 있다.
타율면에서는 하지원이 앞선다. 하지원은 2000년 ‘진실게임’으로 데뷔한 이래 ‘가위’ ‘동감’ ‘폰’ ‘색즉시공’에 출연해 대부분 흥행에 성공하는 행운을 누렸다. 특히 폰의 경우 서울에서만 7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는 등 여고괴담에 이어 국내 제작 공포물도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했다. 가위와 폰 등으로 공포물 전담 배우라는 인식을 뒤집기라도 하듯 지난해 연말 개봉한 색즉시공에서는 유쾌발랄한 이은효역을 훌륭하게 소화해 차세대 여배우 반열에 등극했다. 색즉시공의 관객동원은 무려 전국 400만명. 임창정과 함께 하지원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에는 ‘역전의 명수’에 캐스팅돼 촬영작업에 한창이다.
무섭게 올라오고 있는 신인 스타로는 손예진이 꼽힌다. 손예진은 지난해 ‘취화선’에 소운역으로 나올 때만해도 어설프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연애소설’에서 사랑과 우정사이에서 가슴 아파하는 수인역을 거뜬하게 소화해내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다. 전국 100만명 관객을 바라보고 있는 곽재용 감독의 최근 개봉작 ‘클래식’에서도 엄마인 주희와 딸인 지혜역을 맡아 슬프고도 잔잔한 연기를 선사했다. 멜로 스타일이라는 이미지를 벗어야 하는 과제가 있지만 데뷔 2년차인 것을 감안하면 잠재성은 누구보다 풍부하다는 것이 주위의 평가.
김하늘은 뒤늦게 빛을 본 늦깎이 여배우다. 97년 ‘바이준’의 채영역과 98년 ‘닥터K’의 오새연역은 영화 흥행이 실패하면서 명함을 내밀기 힘들었다. 2000년 유지태와 호흡을 맞춘 ‘동감’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김하늘은 드라마 로망스의 히트에 이어 최근 ‘동갑내기 과외하기’로 돌풍을 일으키면서 새로운 히로인으로 떠올랐다. 망가지는 연기를 마다하지 않고 주접을 떠는 모습이 오히려 관객들로 하여금 호감을 자아냈다는 반응. 김하늘은 현재 산악영화인 빙우의 경민역으로 캐스팅돼 있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