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주식시장에서 주주중시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최근 주식시장에서는 정부, 사회단체, 기관, 소액주주 등 이해 관계자들이 기업측에 다양한 방법으로 주주의 이익을 최우선시 해달라는 의사를 집중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이는 새로 들어서는 노무현 정부가 성장보다는 분배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식시장도 기업의 성장이 아닌 투자자들의 이익을 위한 시장으로 변모해 나갈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새정부 출범과 때맞춰 주주들의 의사를 강력히 표현할 수 있는 주총시즌이 도래하면서 이러한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주주중시 목소리 높아져=주주중시를 요구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특히 주가에 영향을 줌으로써 간접적으로 기업의 변화를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주식시장 참여비중은 높으면서도 힘이 약한 개인이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현상은 지난달 22일 올해 투자지출 규모 확대 발표로 촉발된 SK텔레콤 주가 급락 사태에서 잘 드러났다. SK텔레콤은 올해 WCDMA 설비투자 규모를 당초 예상보다 1조원 가량 높게 책정해 이익의 일정량을 주주 환원에 사용하겠다는 경영방침을 상당 부분 훼손하면서 주가 급락 사태를 초래했다.
삼성그룹 등 대기업들의 지난해 대규모 특별상여금 지급 문제도 배당 등 주주가치 제고에 더 힘썼어야 했다는 지적을 받으며 해당기업의 주가 하락을 촉발했다. 투신권은 해당기업에 직접 요구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한국·대한·삼성투신운용 등 대형 투신사들은 지난 13일 한국전력 주총을 앞두고 정부가 아닌 민간 주주들에게 우선 배당해 줄 것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발송했다.
◇주주중시 요구 기반은 정부가 마련=이렇듯 주식시장에 주주중시를 외치는 목소리가 높아지게 된 데는 정부의 영향력이 가장 컸다. 새로 들어설 노무현 정부는 경제 정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 성장보다 분배에 초점을 맞추고 증시 관련 정책에도 이를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인수위에서 거론되고 있는 시가배당제, 분기배당제, 집단소송제, 공시제도 개선 등이 이러한 전망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SK그룹에 대한 검찰의 조사도 결국 정부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의지를 반영한 결과라는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여기에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투명성이 의심되는 재벌들에 소송을 제기하는 등 정부의 의지를 뒷받침해 주고 있어 주주중시 풍토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아=거세지고 있는 주주중시 요구에 대해 주식시장에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그동안 기업들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에 지나치게 무관심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는 또한 국내 최대 매수주체인 외국인들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이 된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하지만 반대급부도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배당 등을 활성화해야 장기투자를 유도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장기 투자자들은 기업이 투자 등을 통해 기업을 안정적으로 성장케 하기를 더 바란다는 것이다. 기업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이익을 많이 분배하면 할수록 투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는 기업 성장성을 해치는 결과를 낳아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동명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목적은 이머징마켓, 즉 성장 시장이기 때문”이라며 “주주중시라는 것은 꼭 배당 등을 많이 해야 이뤄지는 것이 아니고 투자를 통해 기업을 성장케 할 때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조장은기자 je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