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21일 새 정부의 향후 정책방향을 담은 최종보고서를 공개하고 50여일간의 활동을 마무리짓는다.
지난 DJ정부 인수위와는 달리 진보 성향의 학자 중심으로 꾸려진 이번 인수위는 전문성 부족과 부처와의 서툰 의견조율로 마찰도 빚었지만 권력승계가 아닌 정책 인수인계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인수위 활동을 통해 제시된 방안들을 새 정부에서 정책화하거나 정책방향으로 참고할 것”이라고 확인하며 인수위안에 의미를 부여했다.
◇정보과학기술 정책비중 점진적 상향=누구보다 IT를 잘 이해하는 후보로 부각된 노 당선자에 대한 기대와 달리 인수위 활동 초반에는 IT산업에 대한 검토가 미진했다. 10대 국정과제에도 IT산업 육성은 거론조차 안됐다. IT업계는 이를 두고 “당선자가 IT를 모든 산업의 기반으로 이해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내놓았으나 실망이 컸던 게 사실이다.
인수위원(경제2분과) 중 IT전문가가 한 사람도 없다는 점도 지적됐다.
그러나 인수위 활동이 본격화되면서 IT산업 정책이 수면위로 부상했다. 10대 과제 중 ‘과학기술중심사회’가 ‘과학기술혁신과 신성장’으로 변화되면서 세계 일류 IT산업 및 신산업 육성과 부품산업 고도화 등이 세부과제로 추가됐다.
경제자유구역을 중심으로 한 물류와 금융중심으로 밑그림을 그려가던 ‘동북아경제중심국가’도 현실화 단계에서 IT 연구개발 정보의 허브로서 외국기업유치 및 물류, 금융중심지 구축으로 보강됐다.
아울러 청와대 비대화의 논란속에서도 차관급인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을 둬 정보화추진체계와 정보과학기술정책 조정업무를 맡긴 것은 새 정부가 IT를 국가 성장과 변혁의 도구로 삼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인수위 정책검토 주요내용=인수위는 IT 연구개발 허브를 송도 등에 구축, 동북아경제중심국가 실현의 디딤돌로 삼는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부산에는 부품, 광양에는 신소재산업의 허브를 만들어 각각 물류와 금융 중심지로 육성한다는 그랜드 플랜이다.
각 지방대학을 중심으로 산학연계를 통해 지방산업을 특화하고 이에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는 지방균형발전 전략도 나왔다.
산업정책으로는 디지털방송을 조기구현해 주력수출품목으로 만들고 하드웨어에 치중된 IT산업구조를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방향도 제시됐다. 과학기술 육성과 관련해서는 과기인 처우개선에 관한 법률제정, 과기인헌장 제정, 연봉피크제 등 이공계 사기진작 방안이 나왔다. 또한 5조원에 이르는 국가 R&D자금의 효율적 집행을 위한 실시간 평가시스템과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이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문제가 많았던 정보화추진체계는 대통령 중심의 일원화된 체계를 제시했다. 이밖에도 정치·행정·사회의 개혁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사회간접자본(SoC)으로서의 IT활용, 금융기관이 직접 벤처를 평가하는 지원체제 등이 인수위 활동을 통해 윤곽을 드러냈다.
◇평가 및 과제=인수위의 밑그림에 대해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사항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이유로 평가를 유보했다. 외부로 드러난 전반적인 방향에는 공감한다는 평가를 내렸다.
이들은 “지금까지의 정책기조를 유지하면서 문제점을 수정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지방균형발전전략이나 동북아경제중심국가 건설에 대해서 조금 더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한 전문가는 “지방균형발전전략이라는 과제도출은 괜찮으나 균형에 관심이 쏠려 과제간 충돌로 인한 비효율이 우려된다”며 “새로운 특화산업을 육성하는 지방균형발전을 선택할 것인지, 경쟁력을 갖춘 기존 산업부문을 지원할 것인지의 충돌이 그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또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 광주의 광산업이나 대구의 밀라노프로젝트를 또다시 되풀이해선 안될 것”이라며 “장기와 단기로 나누어 국가의 전반적인 효율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신중히 접근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지방정부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되 잡음을 남기지 않는 전반적인 조율이 향후 숙제로 남았다. 조율을 누가 어떻게 하느냐도 당장의 고민거리다.
동북아경제중심국가 과제에 대해선 조급성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갑영 연세대 교수는 “정책을 마련하기에 앞서 중국, 대만, 싱가포르 등과의 경쟁력을 냉정히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며 “정부의 단기 육성정책으로 효과를 거두기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자생적인 효율성을 갖출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위해 어떤 부분에 지원을 집중시켜야 할지를 파악하는 전반적, 종합적인 조율능력을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과학기술인 사기진작과 관련해 사회전반적인 분위기 전환이나 실제 학생들에게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정책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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