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원회가 내우외환으로 총체적인 난국을 보이고 있다.
김성재 문화부 장관이 방송정책의 정부 환수를 주장하면서 촉발된 갈등 양상이 물밑으로 가라앉기도 전에 사무처 인사와 방송노조 문제 등으로 인한 내부 갈등이 밖으로 터져 나오기 직전이다. 여기에 2기 방송위원의 선임마저 늦어지면서 조직의 불안전성이 커져가고 있어 정작 중요한 방송 정책들이 방향을 잡지 못하고 한켠으로 밀려 나 있다.
◇사무처의 지위=현재 방송위원장과 상임위원들이 정무직 공무원 신분임에 반해 실질업무를 수행하는 사무처 직원들은 비공무원이다. 사무처 직원들은 대부분 노동조합에 가입해 있다. 케이블업계의 한 인사는 “방송위 사무처 직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한 것은 인정하나 방송위 노조가 행정을 지도하고 규제해야 할 방송사 노조들과 함께 언노련에 가입해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대해 방송위 노조측은 독립된 기구로서 정부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언론노조의 힘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한 방송위 사무처는 최근 차장급 인사과정에서 내부 진통이 극대화하는 양상이다. 진급에서 제외된 몇몇 직원들이 인사의 형평성에 강한 문제를 제기하며 갈등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방송위 관계자는 “구 방송위원회와 구 종합유선방송위원회가 통합되면서 내재돼왔던 갈등이 이번 인사를 계기로 폭발한 것”이라며 상당한 우려를 표했다.
◇방송위원과 노조간 매끄럽지 못한 관계=“전국언론노동조합에 가입된 노동조합으로 인해 방송위가 제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에 방송위 내부에서도 그리고 위원장도 방송위가 정책수행에 애로를 겪고 있다”는 김성재 장관의 라디오 대담이 알려지면서 강대인 위원장과 노동조합간에 갈등이 생기기도 했다.
강대인 위원장 출범 이후만해도 상임위원과 방송위원회 노조간 갈등은 대자보 등 다양한 형태로 터져나왔다. 한 방송위원은 “진위는 차치하고 노조의 이의제기가 대자보로 나붙을 경우 방송위원의 한계를 절감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사무처의 한 간부는 “이는 결국 상호간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고 방송위원회의 위상정립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게 정설”이라고 밝혔다.
◇사무처의 역할이 애매=방송법은 독립 국가기구인 9인의 위원회와 사무를 처리하기 위한 사무처를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사무처가 방송정책 수립 및 행정·심의 등 실질적인 업무를 맡고 위원회는 의결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업무의 연속선상에 따라 사무처가 마련한 정책과 행정이 갑자기 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뒤바뀌는 사례가 빈번하고, 위원들이 직접 지시하는 데 따라 형평성에 어긋나는 업무를 사무처가 수행하는 경우도 발생한다는 전언이다.
◇문제는 백년대계의 방송정책=독립 국가기구 방송위원회가 지난 3년동안 그동안 독립적인 방송정책을 얼마나 잘 수행했는가에 대해 주변의 평가는 그리 긍정적이지 못하다. 방송위는 현재의 변화된 방송 환경에 따라가지 못한 채 여전히 정치적 배경이 깔린 여야간 나눠먹기싣으로 구성되고 있다. 최근 김성재 장관의 방송정책 정부이관 주장이 나온 이면에도 방송위의 지난 3년의 시행착오가 전제돼 있다.
방송위 사무처 내부에서도 김성재 장관의 발언에 대해 감정적 대응만 할 게 아니라 자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방송위 사무처 관계자는 “노무현 당선자와 야당이 올바른 차기 방송위원을 선임하고 방송위 내부의 발전적 모습이 연출됨으로써 방송위가 제자리를 찾아야 하고 이를 통해 국내 방송발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 유병수기자 bjor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