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LG전자 정보통신사업부 사람들은 “6개월의 차이를 극복하기 힘들다”는 말을 자주합니다. LG전자가 공격적으로 국내 휴대폰 시장을 공략해도 좀처럼 삼성전자를 따라잡기 힘들다는 표현입니다. 삼성전자는 국내 시장에서 대략 LG전자 판매량의 두 배인 50∼57% 정도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시간은 거슬러 90년대 초중반으로 되돌아갑니다. 당시는 디지털방식의 CDMA가 도입되기 전이어서 아날로그 휴대폰이 고가에 판매되는 시절이었습니다. 아날로그 휴대폰 시장은 세계 최강이었던 모토로라가 독점하다시피했습니다. 국내 업체들은 모토로라와의 기술격차는 물론 브랜드파워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고전합니다. 하지만 95년 한국 휴대폰 시장에 혁명이 일어납니다. 토종기업인 삼성전자가 ‘한국 지형에 강한 휴대폰’ 애니콜을 앞세워 모토로라를 따라잡는 믿기지 않는 일이 발생한거죠.
‘화통’ 브랜드를 사용했던 LG전자는 삼성전자의 약진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통신분야에서 삼성보다 앞섰다는 평가를 받았던 LG는 아날로그 휴대폰 사업을 금성정보통신에서 LG전자로 이관하는 과정에서 공백을 이기지 못하고 95년 사업철수를 선언합니다. 대신 LG정보통신(2000년 LG전자와 합병)이 96년 아날로그-디지털 겸용 휴대폰 사업을 시작합니다. 이 기간이 꼭 6개월이 걸렸다고 하네요.
반면 삼성전자는 디지털 휴대폰 시장에서도 승승장구 합니다. 아날로그에서 확보한 경쟁력을 디지털 제품에 적절히 접목했기 때문이죠. 때마침 이건희 회장이 “앞으로는 질쪽에 100% 중점을 두라. 양은 제로로 무시해도 좋다”며 ‘품질경영’을 강조, 애니콜의 고급화가 급진전됩니다.
“LG정보통신은 LG전자와 무관하게 전혀 새롭게 휴대폰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LG전자의 축적된 아날로그 기술을 이전받지 못한 채 독자적으로 시작한 셈이죠. 당시만해도 LG는 휴대폰 사업을 크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당시에는 누구도 한국이 지금처럼 휴대폰 강국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으니까요.”(LG전자 관계자)
LG전자는 올해 휴대폰 사업을 핵심사업으로 육성하고 있습니다. 비록 2세대는 늦었지만 WCDMA 등 3세대만큼은 삼성을 앞서겠다는 의지도 강합니다. LG전자가 3세대에서는 ‘6개월의 차이’를 극복하고 도약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