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가락동에 위치한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이곳에서는 지난 1월 중순부터 매주 수요일마다 정보통신 관련 대기업과 벤처기업 임직원이 모여 정보를 교환하고 사업파트너를 물색하는 이색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이 세미나는 ‘헤비급’ IT 대기업과 ‘라이트급’ 벤처간 실질적 협력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진흥원이 실험적인 기획으로 마련한 자리다.
최근 들어 아웃소싱에 잔뜩 눈독을 들이고 있는 대기업으로서는 특정한 분야에서 남다른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벤처기업을 만날 수 있는 이 같은 자리라 좋은 기회인 셈이다. 뛰어난 마케팅력과 정보력을 자랑하는 대기업과의 협력을 희망하기는 벤처도 마찬가지다.
언뜻보면 평범하게만 보이는 이 세미나가 주목받는 까닭은 무엇보다 수요자 쪽인 대기업 아웃소싱 관련 부서의 실무담당임원과 공급자인 벤처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분야별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향후 협력가능성을 타진한다는 데 있다.
지금까지 세미나에 참가 의사를 밝혀온 대기업 쪽 라인업은 화려하다. HP을 비롯해 KT·대우정보시스템·LGCNS 등 벤처기업이라면 한두 번쯤 그 파트너가 되기를 꿈꾸는 대기업이 세미나에 대거 참가하고 있다. 첫 테이프를 끊은 HP는 세계 IT시장과 회사의 아웃소싱사업 현황을, KT는 비즈메카를 중심으로 한 ASP사업 현황을 각각 소개했다.
대우정보시스템·LGCNS·IBM·포스데이타가 그 뒤를 이어 다음 세미나들을 각각 맡았다. 진흥원은 여세를 몰아 SI·정보통신 관련 분야는 물론 해외 유통망을 가진 종합상사·소프트웨어유통회사로 참여 폭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SI·ASP·아웃소싱 등 전문분야별로 5회에 걸쳐 진행된 세미나에 참가한 벤처인들의 반응은 대체로 만족이다.
세미나에 세 차례나 참석했다고 밝힌 박세준 지니소프트 이사는 “이 같은 대기업 실무담당자와 벤처인들의 직접적인 만남 그 자체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띤다”며 “이와 함께 대기업의 사업방식과 각종 절차 등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평했다.
참석한 대기업 관계자들도 이번 세미나를 긍정적인 입장에서 평가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벤처기업의 우수한 기술을 활용한다면 불필요한 시설투자나 개발비용의 낭비를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세미나를 통해 알게 된 벤처기업들과 협력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두규 소프트웨어진흥원 수석연구원은 “매번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 세미나에 대한 대기업과 벤처기업의 요구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약간의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양자간 실질적 공동협력사업을 끌어내는 것이 세미나를 마련한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박근태기자 runr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