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용컴퓨터(PC)의 가치는 단순히 수백만원대의 하드웨어(HW) 구매비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PC에 설치, 사용되는 소프트웨어(SW)가 가치의 실질적인 기준점인 것이다.
특히 SW를 통해 구현되는 기업정보시스템, 인터넷, 전자상거래시스템 등을 감안하면 ‘PC는 21세기의 필수도구’로서 그 가치가 무한대로 치솟는다.
그렇다면 과연 내 PC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또 속칭 ‘파워PC 유저’들은 어느 정도의 SW를 가졌을까.
온라인 SW자가진단 사이트인 ‘체키’를 운영하는 K스카이B의 분석에 따르면 보통의 PC사용자들은 오피스제품, 백신프로그램, 그래픽프로그램을 중심으로 400만∼500만원대의 SW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와 달리 파워PC 유저들의 SW 구매비용은 금액단위가 수천만원대를 넘어서 1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실제 K스카이B가 374명의 파워PC 유저를 대상으로 SW 보유정도를 조사한 결과 평균 1200만원대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심지어 9억원어치를 보유한 유저도 있었다.
김방언씨(33)와 박진수씨(28)도 파워유저다. 두 사람의 PC에는 각각 3000만원, 2000만원대 SW가 담겨있는데 보통의 PC사용자로서는 엄두를 내기 힘든 수준이다.
특히 김방언씨는 SW개발기획·정보시스템설계·홈페이지제작 분야의 프리랜서로서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는 1억원 이상의 SW를 운용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도 조흥은행의 종합리스크관리시스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SW 사용영역이 피크에 올라 있다.
그의 PC에는 개발툴과 그래픽툴을 중심으로 평균 3000만원어치의 SW가 채워져 있다. 이를 활용해 각종 정보화프로젝트에 참여함으로써 연간 5000만∼1억원의 수입을 올린다.
“90년,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PC의 매력에 사로잡혔습니다. 이후로 학교의 전산장비를 직접 관리할 정도로 SW에 깊이 빠져들었습니다.”
김방언씨의 최종학력은 공업고등학교 졸업이다. SW의 세계에서 대학졸업장과 같은 이력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그만큼 자신감에 넘쳤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회사(FIT)를 창업하고 SW 개발용역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김씨는 “아직까지 직원을 구하지 않아 창업이랄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하지만 원대한 꿈을 담고 있다.
김씨는 “사업발주자들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처음 계약한 내용과 다른 사항을 무료로 추가해달라는 요구가 관례화돼 있다”며 “하루빨리 SW용역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
박진수씨는 K스카이B의 연구원으로 병역특례 6개월차로 접어든 새내기 파워유저다. 현재 보유중인 2000만원 상당의 개인용 SW를 활용해 성균관대학교 정보공학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비주얼스튜디오닷넷을 비롯한 각종 개발툴과 포토숍 등을 갖추고 ‘컴퓨터 시뮬레이션’(박사학위과제)에 몰입하고 있다.
“94년 대학에 입학하면서 C프로그래밍에 빠져들었습니다. 산업공학을 전공하면서 자연스럽게 PC에 접하게 된거죠.”
박 연구원은 대학생활중 이미 통계·의사결정·시뮬레이션 등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직접 C언어로 제작해 사용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덕분에 하고픈 공부와 병역을 함께 해결하는 기쁨(병역특례)을 누릴 수 있게 됐다.
그는 “정확한 비율을 가늠킨 어렵지만 PC에 내장해놓은 SW 중에서 전략시뮬레이션게임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겸연쩍게 웃었다. 박씨는 스스로를 성실치 못한(?) 파워유저라며 겸손해했지만 그의 생활 곳곳에 자리잡은 ‘시뮬레이션’이라는 단어로부터 기대와 신뢰가 묻어난다.
박 연구원은 “장차 컴퓨터 시뮬레이션 학계의 최고권위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