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미국-실리콘밸리 벤처캐피탈 수익률 베일 벗었다

 하이테크 신생업체의 자금줄 노릇을 했던 실리콘밸리의 특급 벤처캐피털(VC)들이 지난 90년대 말의 호황기에 투자자들에게 많은 돈을 벌어준 것으로 첫 공개됐다. 그러나 이들은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실적악화로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시간대학이 지난주 실리콘밸리 금융밀집가인 샌드힐로드에 있는 VC들의 실적을 배포하면서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있던 VC업계의 비밀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미시간대학이 공개한 VC 실적 명단에는 클라이너퍼킨스코필드앤바이어스, 세쿼이어캐피털, 매트릭스파트너스 등 대표적 VC들이 들어있다.

 지난 90년대 중반 클라이너 같은 회사들은 10년도 안되는 기간 투자자들에게 13.5배의 수익을 돌려주는 눈부신 실적을 올렸다. 그러나 99년 이후 실적은 그다지 좋지 않은 상황이다.

 클라이너는 아마존닷컴, 넷스케이프, 주피터네트웍스 등 성공적인 기업에 투자한 덕분에 최고 287%의 내부수익률(IRR)을 올렸다. 이 같은 사상 최대 실적은 지난 96년 조성된 펀드의 결실로, 이는 투자자들이 지난 8년간 매년 투자원금의 2.9배를 돌려받았다는 의미다.

 이에 비해 96년 조성된 일반펀드의 평균 IRR는 37.7%에 불과했지만 이것도 주식, 채권 등 다른 투자보다는 좋은 실적이었다.

 클라이너의 96년 IRR는 무려 516%의 수익률을 올렸던 매트릭스파트너스의 97년 펀드를 제외하고는 미시간대가 투자한 62개 펀드 중 가장 높은 수치였다. 그러나 클라이너가 99년 조성한 펀드 수익률은 ―19%로 집계했다. 벤처이코노믹스에 따르면 99년 조성된 일반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6.2%인 것으로 조사됐다.

 클라이너 파트너들은 마이너스인 99년 펀드 수익률이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1∼2년 내로 주식을 발행할 계획인 유명 검색엔진 구글에 희망을 걸고 있다고 밝혔다. 클라이너는 이 펀드에서 수백만달러를 구글에 투자했으며 이것이 IRR 부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클라이너의 2000년 펀드에 대해 얘기하기는 너무 이르다. 수익률은 ―15%지만 라이프사이클로 볼 때 너무 일러 의미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클라이너는 2000년 펀드로 아크사이트, 파이브프라임, 메타매트릭스 등 여러 신생업체에 투자했다. 클라이너는 아울러 딘 카멘이 발명하고 존 도어로부터 지원받은 하이테크 스쿠터 세그웨이에도 투자했다. VC 파트너들은 펀드 초기에 관리 수수료를 거둬들이기 때문에 초기 수익률은 마이너스인 게 보통이다.

 세쿼이어와 매트릭스의 최근 펀드들도 99년과 그 이후 투자를 개시한 다른 미시간 펀드 둘 중 하나와 마찬가지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 99년 주식 공개 바로 직전 e토이즈, 웹밴 등 닷컴 신생업체에 투자하려 했던 세쿼이어의 프랜차이즈펀드는 주가 폭락에도 불구하고 이들 주식을 계속 보유했기 때문에 플러스로 돌아서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 펀드의 IRR는 ―11%로 집계됐다.

 매트릭스와 클라이너 이외에 100%를 넘는 IRR를 기록한 펀드 2개를 배출한 유일한 VC는 세쿼이어다. 이 회사는 애플, 시스코시스템스, 야후 등에 투자했었다.

 미시간대는 VC에 투자하는 대형 기관투자가의 하나기 때문에 VC 실적에 접근할 수 있다. 이번 발표는 미시간대가 VC들과 접촉을 즐겨하는 몇 안되는 공적인 연금 및 대학재단의 하나기 때문에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다른 기관투자가들은 VC 실적을 일체 비밀에 부치고 있다.

 <코니박기자 conypark@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