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비즈니스상시운용체계(BCP:Business Continuity Planning) 도입 원년.’
1·25 인터넷 대란에 이은 2·18 대구지하철 참사 등 대형재해가 잇따라 발생하자 그동안 주춤했던 BCP도입에 대한 관심이 금융권을 중심으로 다시 모아지고 있다. 재해·테러·해킹 등 갖가지 사태발생시 신속히 대처하고 모든 업무절차를 차질없이 수행할 수 있는 위기관리체계 수립을 지적하는 사회각계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그 대안으로 BCP도입 움직임이 꿈틀대고 있는 것이다.
9·11 테러 이후 일부이긴 하지만 국내에서도 제일은행·하나은행·산업은행·한미은행·현대증권·SK생명·외환카드·국민투신운용 등 금융기관들이 BCP도입에 나섰거나 계획수립을 검토중이다.
제일은행의 경우 지난해 민·관을 통틀어 처음으로 정보시스템 외에 인터넷·콜센터 및 일반 업무영역에 BCP를 도입키로 하고 현대정보기술을 통해 관련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제일은행은 BCP도입을 통해 재해발생시 정보시스템 외에 회사경영·고객서비스·영업·기술지원·마케팅·인사·재무 등 모든 업무와 기능을 중단없이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앞서 서울은행도 지난해 BCP도입 계획을 세우고 사업자 선정에 나섰으나 하나은행과의 합병 등 외부요인으로 작업을 일시 중단한 상태다.
증권분야에서는 아직 재해복구센터(백업센터)를 갖추지 못한 30여개 증권사가 센터구축에 앞서 BCP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 가운데 현대증권과 SK증권은 정보시스템 업무부문에 한해 SKC&C 등 SI회사에 BCP컨설팅을 의뢰했으며, 한국투자신탁증권도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명보험업계에서는 SK생명이 지난해 원격지 재해복구센터를 구축하면서 BCP컨설팅을 수행했으며, 외환카드가 신용카드업계 처음으로 정보시스템부문에 대한 컨설팅을 받아 단순 재해복구 차원을 넘어선 고객지원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이밖에 연내 백업센터를 갖추게 될 새마을금고도 BCP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재해복구센터를 갖지 못한 80여 은행·증권·보험·신용카드 등 금융기관들은 이달 말 발표되는 제일은행의 BCP컨설팅 결과를 지켜본 뒤 도입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제일은행이 금융권의 첫 사례이니 만큼 진행상황을 봐가면서 투자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한 BCP컨설팅 전문가는 “국내 금융기관들은 제일은행의 컨설팅 결과가 비즈니스 연속성 확보에 유효할 것인지를 지켜본 뒤 BCP도입 계획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IBM 글로벌서비스 이원필 전략마케팅 실장은 “백업센터 수준을 넘어 전사적인 인적·물적 자원관리와 보호대책 수립 차원에서 BCP에 관심을 갖는 금융기관 최고경영자(CEO)들이 늘고 있다”며 “이에 힘입어 올해가 국내 ‘BCP도입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